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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 찾은 섬진강 장군목길 -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시간 속의 길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9-02 14:29:00
  • 조회178

 

시간은 익어서 세월이 되고,

세월은 곰삭아 추억이 되고

여름이 잘 익어

가을이 된 섬진강

자기들 세상인 것처럼 으스대던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조용한 아침입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밖에 나가기가 망설여지는 때가 왔습니다. 여름이 다 익어 가을이 된 것입니다. 귀 따갑게 울어대던 매미 대신 분위기 만점인 귀뚜라미가 '스르륵 스르륵' 댑니다. 운치 있는 생명체입니다. 그야말로 낭만의 계절이 다가온 것을 아침에 일어나면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이른 주말 아침 오랜만에 자동차 에어컨 스위치에 손을 대지 않고 섬진강까지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잘 익은 섬진강의 냄새, 그 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옥정호 위를 지나는 기분이 이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사계절 다 좋은 섬진강이지만 잘 익은 여름을 보낸 가을의 문턱에 찾은 순창의 구미교는 한치의 흐릿함 없이 청명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가을이 오 것 같은데, 오면서 맡았던 가을 향기, 풀냄새, 물 냄새가 숨길 수 없이 풀풀 납니다.

    
길을 걸으면 달라지는 향기,

여름이 익어 가을이 되는 향기

구미교를 건너니 정말 여름과 가을 사이의 시간의 다리를 건너온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안내판을 읽다가 용궐산과 무량산이 바라보이는 장군목을 향해 걸어봅니다. 섬진강과 주변의 산들이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그림을 그릴 줄 알면 강가에 이젤이라도 펴 놓고 하루 종일 이 시간을 그리고 싶지만 '찰칵' 하는 순간을 선택해 그 느낌을 대신 담아 봅니다. 장군목을 향해 걷는데 걸을 때마다 향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흙의 향기인 것 같기도 하고 금방 베어낸 풀 향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섬진강 물 향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바람이 불고 있었네요. 산 쪽에서 바람이 불면 산의 향기가, 밭에서 바람이 불면 흙과 풀의 향기가, 강에서 바람이 불면 강의 향기가 걷는 사람을 휩싸고 돕니다. 지금은 가을 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나 봅니다. 여름이 익어 가을이 되는 이 시기만의 향기인 것 같습니다.

  
아직 일러 문을 열지 않은 '섬진강 슬로장터'를 지나니 작고 예쁜 농장도 나오고 힐링센터도 나옵니다. 슬로장터가 문을 열었으면 이 동네서 나오는 맛있게 익은 늦여름 농산물 좀 사려 했는데 아쉽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올해 처음 맡아보는 가을 향기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마실 휴양지에 도착했습니다.

자전거꾼들의 오아시스 마실휴양지,

그리고 시간의 징검다리

이곳은 150km 섬진강 자전거 종주 길에 있는 첫 번째 숙소이자 캠핑장 이자 매점이 있는 곳입니다. 먼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경치도 그림 같고 시설이 아주 좋아 4대강 국토 종주 자전거길에 있는 쉼터 중에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거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이곳 인증센터에서 도장도 찍고 사진도 찍고 있습니다. 다들 날씨가 시원해졌다고 좋아합니다. 자전거 라이더들은 다시 페달을 밟아 여정을 떠나고 조용한 휴양소 앞마당에는 저와 가을 향기만 남았습니다. 휴양소 앞 섬진강에 놓인 징검다리와 강 건너 산이 너무 멋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징검다리를 건너봅니다. 이 징검다리는 시간이 익은 세월의 징검다리인 것 같습니다. 강둑을 내려가는데 멀리서 보던 징검다리와 다릅니다. 생각보다 크고 듬직합니다. 작고 예쁜 것이 아니라 뭔가 묵직하고 믿음이 가고, 든든한 징검다리입니다. 섬진강에 남은 마지막 징검다리랍니다. 다릿돌 하나를 건널 때마다 시간의 물살이 흘러갑니다. 섬진강 물살이 흘러갑니다. 물 흐르는 모습이 마치 시간이 흘러가듯 의미 있게 흘러갑니다. 시간이 곰삭아 세월이 되는 것처럼 이렇게 하루 이틀 흘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어도 흘러갑니다. 다릿돌 사이사이 수많은 사연과 역사를 담고 흘러갑니다.

  
정겨운 가을 꽃길

그리고 '요산요수'바위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니 정말로 본격적인 가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햇빛은 아직 따갑지만 눅눅하지 않고 건조합니다. 길가에는 가을 풀꽃이 시간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 향기 물씬 맡으며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지금 막 떠나보낸 지난여름엔 정말 폭염주의보 문자와 함께 살았던 것 같습니다. 비도 자주 와서 눅눅하고 불쾌지수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으니 그늘에 들어서면 서늘한 바람이 불고, 물을 마시려 잠시 멈춰있으면 바람의 기운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눅눅하지 않은 바람이 정말 좋습니다. 가을은 걸을만합니다. 섬진강 가을 길은요.

시간을 따라 걷다 보니 저 앞 큰 바위에 멋진 글씨가 보입니다.

    
옛날 사람들도 이 길이 명품 길인지 알았을까요. 가슴에 와서 팍하고 박힐 만큼 큰 글씨가 옛날 사람과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줍니다.

"요산요수(樂山樂水)"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의 줄임말인데 요즘에는 보통 산수의 경치를 좋아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지만, 그 속뜻은 그뿐이 아닙니다.

원문을 살펴보면 知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활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조용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재미있게 살고, 어진 사람은 오래 장수하며 산다.) 이를 다시 풀어 보면 

지혜로운 사람은 이치에 밝아 물이 흐르듯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또한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여러 방면으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며, 그러한 것들을 즐기며 산다고 합니다. 어진 사람은 의리를 중하게 여겨 그 진중함이 산과 같아 산을 좋아하며 성격이 침착하여, 집착하는 것이 없어 오래 산다고 합니다. 

시골 강가 바위에 새겨진 이 단순한 4자 문구가 걷는 사람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왜 여기에 이런 문구를 남겼을까요. 물론 이곳이 산과 물이 잘 어울리는 경치가 있어서 남겼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곳을 걸으면, 이곳에 있으면, 자연스레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 된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파아란 하늘은 탁 트여 있고, 강물은 그림같이 시간같이 흐르고, 신선한 산바람과 강바람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이곳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마치 시간이 흘러가는, 계절이 흘러가는 소리와 같이 들리는 곳도 이곳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있으니 천상계에 온 것 같습니다. 잠시 더 걷다가 길가 찻집에 앉아 이곳을 다른 각도에서 느껴 봅니다.

절경 속의 파격 '요강바위'

인간적 자연미의 표현

만일 이곳이 요산요수를 즐기는 신선들만의 공간이라면 절경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사실 이 장군목의 중심에는 ‘요강바위’가 있습니다. 이 ‘요강’이라는 것은 가장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물건인데 왜 이런 물건이 이런 천상계 절경의 한가운데 있을까요. 이것은 강가 바위 한가운데 마치 정밀한 기계로 뚫어 놓은 것 같이 생겼습니다. 누가 보아도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 도무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 갈 정도입니다. 가서 직접 보니 더 신기합니다.

  
‘이것이 파격(破格) 이구나’ 이 멋진 자연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한 그야말로 ‘파격’ 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 귀한 집 자손일수록 이름을 ‘개똥이’, ‘소똥이’ 하는 식으로 파격을 주어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호환(虎患)과 마마(媽媽)가 피해 가서 오래오래 장수한다고 하네요.

요강바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절경 속에 파격 하나를 주어서 오래오래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 십 년 전에 이 바위를 누가 크레인을 이용해 훔쳐 갔다가 다시 되돌려 놓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바위는 지금도 앞으로도 장군목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지나도요.

현수교를 건너 다시

현실 속으로

요강바위를 보고 이제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입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같이 멋진 현수교를 건넙니다. 이 현수교도 섬진강에 하나밖에 없는 현수교입니다. 참 섬진강스러운 다리입니다. 저 앞에 늙은 어머니와 중년의 아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다리를 건너갑니다. 평범한 모습인데 왜 이리 멋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다리는 시간과 시간을 연결해 주는 다리인 것 같습니다. 강 건넛마을을 연결하고, 어머니와 아들을 연결하고, 여름과 가을을 연결하고, 시간과 세월은 연결하고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장군목의 풍경도 멋집니다. 다리가 있기 전에는 이곳에 무엇이 있었을까요.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람만 다닐 수 있는 현수교를 놓은 것은 정말 신의 한 수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올해 여름은 추억으로 익어서 가슴속에 저장되어

다리를 건너니 다시 해가 머리 위에 있습니다. 아침에 느꼈던 가을의 공기가 아닙니다. 천상계의 다리를 건너와서 그런지 가을에서 다시 여름으로 온 것 같습니다. 살아남은 매미들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마지막 콘서트를 요란하게 치러댑니다. 그래도 목청이 약해졌는지 좀 들을만하네요.


2019년 여름. 참 더웠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네요. 

이 세상 인간사에는 생로병사(生老病死) 와 희로애락(喜怒哀樂) 이 있는데 생각해 보니 모든 일은, 모든 시간은 다 지나간다는 게 닮았습니다. 시간은 흐르니까요. 강물처럼. 섬진강 아래 놓인 징검다리 사이를 지나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니까요. 시간은 익어서 추억으로 저장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그네도 흐르고 흘러 현실로 돌아갑니다. 차에 타자마자 자동차 에어컨 스위치에 손을 뻗었습니다. 아직 시간이 가을까지 흘러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올여름에 못했던 일들을 빨리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왕이면 잘 익히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요.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니까요. 강물은 거꾸로 흐르지 않으니까요.

TIP. 가을의 길목에서

섬진강길을 걸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

1. 장군목길은 차와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길입니다. 차와 자전거를 주의하세요.

2. 아침저녁은 쌀쌀하지만 낮에는 햇빛이 따갑습니다. 챙 있는 모자를 준비하세요.

3. 중간에 식수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두세 곳 있으니 물병은 꼭 챙기세요.

4. 한적한 길에는 뱀이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나올 수 있으니 2명 이상 함께 걸으세요.

5. 징검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 미끄럽습니다. 천천히 건너세요.

6. 징검다리를 건널 때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아요. 주의하세요.

7. 강물이 매우 깊습니다. 징검다리 건널 때 장난치면 위험합니다.

8. 요강 바위도 사람들 손이 많이 가서 미끄럽습니다. 함부로 올라가지 마세요.

9. 현수교는 바람이 불거나 사람들이 많으면 휘청거려 위험합니다. 주의하면서 건너세요.

10. 마실휴양소는 숙박이나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크게 떠들면 안 됩니다.


 

출처 : 전라북도 공식블로그(http://blog.jb.go.kr/221630839015)

전라북도 블로그기자단 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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