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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바다까지 아우른 생태 도시 고창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0-12-09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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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은 앞에 붙은 이름이 많다.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이고, 운곡저수지와 갯벌은 람사르 습지와 갯벌로 지정되면서 일약 국가 생태 관광지가 되었다. ‘호남의 내금강’이라는 선운산 속 선운사와 농업 체험 테마 공원이 된 상하농원, 1500년 역사를 지닌 고창읍성과 생명의 보고인 만돌갯벌까지, 자연의 기운을 흠뻑 얻을 수 있는 에코 투어를 소개한다.
상하농원의 텃밭에는 김장 재료가 될 배추와 무, 갓 등이 하루하루 알차게 여물어 가고 있다, 유리 온실에서는 바질, 호박 등 여러 가지 허브를 키우고, 씨옥수수를 준비하기도 한다.
사진설명상하농원의 텃밭에는 김장 재료가 될 배추와 무, 갓 등이 하루하루 알차게 여물어 가고 있다, 유리 온실에서는 바질, 호박 등 여러 가지 허브를 키우고, 씨옥수수를 준비하기도 한다.


여행의 방법은 전 세계 77억 인구만큼 다양하다.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면 한곳에서 꼼짝 않고 몇 달씩 머무르며 그 동네의 뒷골목까지 꼼꼼하게 돌아보고 동네 사람들과 모두 친구가 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몇 군데를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그곳만 반복해서 방문하기도 한다. 내 경우는 미리 여행지의 지도를 보고 최대한 동선 낭비를 막는 여정을 만들어 부지런히 다니는 효율성을 우선으로 한다. 가고 싶은 곳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휴대폰 지도 앱에 핀을 꽂아 놓는 습관 덕분에 가고 싶은 곳은 늘 넘쳐난다. 전북 고창도 내 핀이 많이 꽂힌 곳이다. 시작은 선운사였지만 상하농원이 추가되었고, 그 후로 학원농장, 람사르 습지, 고인돌 공원, 문수사, 만돌갯벌, 고창읍성까지 핀이 늘어나, 올해가 가기 전에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1박 2일로 느긋하게 고창을 둘러보고 올 수도 있으나 내 스타일대로 당일치기 고창 여행을 하기로 했다. 고창에 같이 가자 하니 주변에서는 ‘가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울에서 고창에 가려니 실제로 멀긴 했다. KTX나 SRT가 정읍역과 광주송정역에 정차하는데, 어느 역에서 출발하건 고창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다. 고속 철도나 공항 건설 계획이 나면 지자체에서 그렇게 열심히 유치하려 노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마음이 있으면 늘 길은 있는 법. 정읍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 역 앞 주차장에서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타고 고창으로 가면 된다. 한 시간 정도의 드라이브 코스는 환상적이진 않지만 국도를 타고 가는 여유로움 덕분에 남도의 계절 변화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고창 여행을 시작했다. 새벽 첫 기차를 타고 가면서 동선을 정했다. 먼저 고창의 서남쪽 끝에 있는 상하농원에 들러 예약해 둔 조식 뷔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농원을 둘러본다. 공유라는 이름의 도깨비가 지키는 학원농장을 거쳐 고창읍성으로 향한다. 고창 읍내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람사르 습지를 지나 선운사에 들러 늦은 단풍을 보거나 아직 꽃망울도 맺지 않은 동백에 눈을 맞춰보자. 만돌해변에 가서 석양을 본 후, 고창의 명물인 장어 요리를 먹고 다시 서울로 오는 코스다.
상하농원 파머스테이블. 통유리로 농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유기농 달걀로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사진설명상하농원 파머스테이블. 통유리로 농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유기농 달걀로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 관광지, 고창

전라북도 서남쪽 끝에 있는 고창은 면적 약 600㎢, 남북과 동서가 각 30㎞ 정도의 크기에, 인구 약 6만 명의 작은 지역이다. 면적이 크지는 않지만 동쪽으로 노령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방장산의 무성한 숲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고창읍을 통과해 인천강으로 나가면서 바닷물과 만나는 동고서저 지형으로, 구릉과 들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볼 것이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우선 고창군 전체 면적의 절반이 낮은 평지로 대부분 농경지다. 죽림리 일대 구릉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수천여 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청동기 시대부터 이 너른 구릉과 평지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본기百濟本記』에도 고창의 황등제(黃登堤)라는 제방 이름이 나오는 걸로 보아 고창 지역은 고인돌 사회였던 청동기 시대부터 거주지였고, 삼국 시대부터는 쌀농사의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고창은 삼국 시대 이전엔 마한 50여 국의 하나인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 백제 때는 모량부리(毛良夫里)라 부르다가 통일 신라 때부터 고창(高敞)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져, 현재 1읍 13면의 체제를 갖춘 고창군이 되었다 한다. 고창을 모양(牟陽)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모로(牟盧), 모량(毛良)에서 취해서 쓴 것이다.

또한 조수 간만 차가 큰 서해안과 맞닿은 심원면과 부안면 일대의 하전갯벌, 만돌갯벌 등은 물이 들어오면 숭어와 조기, 농어 등이 풍성한 어장이고,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열려 어민들의 생계를 해결해 주는 조개밭이자 다양한 해산물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2010년에 람사르 갯벌 습지로 지정되었다. 관광객들이 갯벌 버스를 타고 나가 조개와 해산물을 줍는 체험을 할 수도 있고, 해가 질 때면 황홀한 석양이 바다 전체를 불태우는 듯한 화려한 일몰을 구경할 수도 있다.

고창읍을 둘러싸고 있는 방장산과 문수산 등에는 소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곰솔 등의 군락이 있고 중산리 이팝나무, 삼인리 동백나무숲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식물학적으로도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런 지형적 입지 덕분에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생태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2013년 5월에 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1980년대에 운곡댐 건설 이후 마을이 수몰되면서 생긴 운곡저수지에는 물고기와 수달, 물새들이 돌아왔고, 주변 숲에는 감나무와 밤나무, 으름덩굴이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 등 자연 생태계가 회복되어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과 희귀종이 거주하는 습지 보호 구역이 되었다. 이곳은 2011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고창군이 일약 국가 생태 관광지가 된 이유다. 지역 전체에 걸쳐 숲이 울창하고 평야가 너른 데다가 갯벌과 파도가 공존하는 바다까지 끼고 있어 사철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고창, 그중에서도 이 계절 꼭 들러 볼 만한 곳들을 구경했다.
산양과 면양을 키우는 농장의 모습. 가끔 농원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양을 만날 수도 있다,  빵과 발효 제품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맛도 볼 수 있는 공방들. 소시지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설명산양과 면양을 키우는 농장의 모습. 가끔 농원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양을 만날 수도 있다, 빵과 발효 제품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맛도 볼 수 있는 공방들. 소시지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세련된 유기농 체험 테마 공원, 상하농원

2014년쯤 지인에게 달걀을 선물 받았다. 오랜만에 보는 하얀 달걀이었다. 전라도 상하농원에서 온 유정란이라 했다. 달걀의 노른자는 거의 주황빛으로 맑고 탄탄했다. 한 개를 먹자 온몸이 건강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상하농원의 이름은 내게 그렇게 기억되었다. 2016년에 상하농원이 공식 개장하고 상하농원은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농원으로, 또 자연 속 농업 체험 테마 공원으로 점점 유명해졌다. 재작년에 숙소인 파머스빌리지가 문을 연 후에는 ‘자연 속 힐링 공간’을 표방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하농원은 농림축산부와 전북 고창군, 매일유업이 공동 투자해 고창군 상하면의 약 10만㎡(약 3만평) 대지에 조성한 농어촌 테마 공원이다.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하고, 동물과 함께 뛰놀며, 맛있게 먹으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의도로 ‘짓다, 놀다, 먹다’라는 콘셉트를 정했다.

고창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상하농원 파머스테이블. 천장과 한쪽 벽을 유리창으로 꾸며 아침에는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와 자연석으로 꾸민 실내를 비춘다. 마치 거대한 유리 온실 같다. 이곳 조식 뷔페에는 농원에서 생산한 유정란과 햄, 유제품 등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고창에서 난 식재료로 담근 김치와 젓갈 등도 있어 푸짐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상하농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농원에 들어서면 넓은 텃밭과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텃밭에는 계절별로 배추와 무, 고구마, 옥수수 등 계절 야채를 심어 가꾸고 있다. 지금은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진행 중인 김장 체험을 위해 배추와 무, 갓 등이 알차게 여물어 가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과일 공방, 빵 공방, 발효 공방 등 공방이 모여 있어 빵과 쿠키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이곳에서 공들여 만든 된장과 고추장 등 건강한 식품들을 맛볼 수도 있다. 현대인이 꿈꾸는 ‘자연 마을’ 풍경을 재현한 듯한 공방 건물들이 아름답다. 친환경 재료인 흙과 벽돌, 목재로 짓고 자갈과 자연석으로 꾸며서 건물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유럽의 농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초록빛 초지가 펼쳐진다. 30여 마리의 양들이 살고 있는 양떼목장이 있고, 젖소와 송아지들이 쉬고 있는 유기농 목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면양, 산양, 송아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교감할 수 있어 유치원이나 미술 학원 등에서 오는 어린이 관람객이 많다. 가끔은 울타리를 넘어 탈출한(?) 모험심 강한 양과 직접 대면하는 재미있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정문 쪽으로 나오면 이국적인 대형 건물들이 나란히 있다. 농원식당과 햄 공방인 상하키친이다. 농원식당 2층에는 야채와 허브가 사계절 싱싱하게 자라는 유리 온실이 있다. 들어서는 순간 촉촉하고 싱그러운 식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큼직한 호박이 열려 있고, 씨옥수수가 걸려 있다. 싱싱하게 잘 자란 바질 화분들도 풍성하다. 상하키친, 농원식당, 파머스카페 상하 등 농원 안 식당에서는 농원에서 직접 생산한 식재료와 고창 지역에서 수확한 제철 식재료들을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지난 11월2일부터 주말에는 정읍역과 상하농원 사이에 오전과 오후에 각 1회씩 셔틀버스를 운영 중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곳임을 알려주는 그림과 소품들, 계절마다 해바라기, 메밀꽃, 코스모스, 청보리 등 작물을 바꿔 심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학원농장, 해마다 4월이면 청보리밭이 펼쳐진 구릉에서 청보리밭축제가 열리곤 한다.
사진설명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곳임을 알려주는 그림과 소품들, 계절마다 해바라기, 메밀꽃, 코스모스, 청보리 등 작물을 바꿔 심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학원농장, 해마다 4월이면 청보리밭이 펼쳐진 구릉에서 청보리밭축제가 열리곤 한다.


▶농사가 그림이 되는 곳, 학원농장 청보리밭

고창 하면 유명한 게 바로 청보리축제다. 청동기 시대부터 구릉 지대에 밭벼를 키우던 그 땅에서 4월이 되면 청보리가 푸른 물결을 이루며 자라난다. 고창 청보리밭의 시작은 공음면 ‘학원농장’이다. 1960년대 초반 전 국무총리 진의종 씨 부부가 야산 10만 평(약 33만㎡)을 사서 오동나무와 삼나무 등을 심고, 목초를 심어 한우도 키우고, 수박과 땅콩 등을 재배하던 곳이다. 1992년 아들인 진영호 씨가 귀농하여 생력 농사라 할 수 있는 보리와 콩 농사를 짓고, 일부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화훼 재배를 시작했다. 너른 구릉지에 넘실대는 청보리의 장관을 보려고 사람들이 구경 오기 시작하자 학원농장은 관광 농원 인가를 받고 농사와 관광을 겸할 수 있는 작물을 심었다. 가을에는 하얀 꽃이 피는 메밀을 심고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추가했다. 점차 환경이 변해서 지금은 작목 자체의 농업 수입보다 재배 당시의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하는 경관 농업을 하고 있다. 봄에는 자연 친화적인 청보리밭축제, 가을에 메밀꽃잔치를 개최하면서 유명해졌고, 드라마 ‘도깨비’에 배경으로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하얀 메밀꽃밭 모습이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어 일약 전국권 관광지가 되었다. 밭 한가운데 나무로 지은 집에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드라마가 방영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관람객들에게 인증샷 장소로 인기 있다. 지난 늦여름에 화려하게 피어났던 해바라기, 하얀 메밀꽃의 바통을 받아 가을 내내 들판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던 황화코스모스의 계절이 끝나 간다. 조만간 밭을 일구어 내년 봄을 위한 청보리 파종에 들어간다고 한다.
소나무숲으로 난 성곽 안길, 두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 폭의 성곽 길. 성 축조 이후 지난 500여 년간 수많은 사람이 마음을 담아 꾹꾹 밟아 다져 온 길이다.
사진설명소나무숲으로 난 성곽 안길, 두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 폭의 성곽 길. 성 축조 이후 지난 500여 년간 수많은 사람이 마음을 담아 꾹꾹 밟아 다져 온 길이다.
조선 시대에 왜구를 막을 목적으로 돌을 쌓아 만든 고창읍성
사진설명조선 시대에 왜구를 막을 목적으로 돌을 쌓아 만든 고창읍성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는다는 고창읍성

고창 읍내로 들어가면 멀리 돌을 쌓아 만든 성곽이 보인다. 높지는 않지만 자연 지형대로 산 능선을 따라 돌을 포곡식으로 둘러 쌓아 만든 읍성이다. 고을 수령이 사무를 보던 군아가 있던 곳을 읍치라 하는데, 읍성의 축성 기법과 방식이 조선 시대 읍치의 원형을 보여 주는 성곽이다. 백제 때 모량부리라 부르던 역사가 있어 ‘모양성’이라고도 한다.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서해안을 통해 자주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할 목적으로 각 지방의 노동력을 동원해 쌓은 연해 읍성으로 처음 쌓은 이후로 한 번도 개축하지 않았다. 전라좌우도 19개 군현에서 구간별로 분담하여 축성했다는 기록이 성벽 구간마다 새겨져 있다. 전설에는 고창읍성은 부녀자들이 쌓았다고 한다.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남자들은 아산면 독곡에 있는 서산고성을 쌓고, 여자들은 고창읍성을 쌓기로 하고, 축성을 시작했다고 한다. 부녀자들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돌을 날라 성을 쌓았지만 남자들은 부녀자들을 얕보고 술을 마시며 게으름을 피웠다. 결국 여자들이 쌓은 고창읍성은 단단하게 완성이 되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고, 서산고성은 경쟁에 진 남자들이 그대로 포기해서 쌓다 만 채로 남아 있다는 것.

성벽의 둘레가 약 1.6㎞인데, 성벽 위쪽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 고창 읍내를 내려다보며 걷는 읍성 밟기 풍습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30분 정도면 성벽 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이를 ‘답성행사’라 하는데 윤달에 밟아야 효험이 있다 하여 초엿새, 열엿새, 스무엿새 날에 답성행렬이 절정을 이룬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말이 전해져 지금도 윤달이 되면 많은 사람이 모여 성벽 위를 걷는다. 예전에는 걸을 때 손바닥 만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세 번 돌고 나서 일정한 지역에 그 돌을 쌓아 두도록 했다고 한다. 겨울 동안 얼고 녹으면서 헐거워진 성벽을 단단하게 하고자 사람이 묵직한 돌을 이고 걷게 하여 땅을 다지는 지혜로운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읍성의 북쪽에는 공북루, 동쪽에는 등양루, 서쪽에는 진서루 등의 누각과 옹성 3개, 치성 6개, 성 밖의 해자 등 전략적 요충 시설이 있다. 성 안에는 원래 22동의 관아 건물과 2개의 연못, 4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불에 타서 없어졌다. 수령이 정무를 보던 동헌, 기거하던 살림집인 내아, 높이 올라가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누각인 풍화루와 공북루 그리고 향청과 장청, 관청 등 관인들이 사용하는 공간까지 기록에 의거해 복원했다. 성 안에는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누각과 함께 조선 시대 고을의 동헌과 관사 등 건축물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매표소가 옹성으로 지은 공북루 앞에 있어서 그곳에서 읍성 구경을 시작한다. 성곽 위를 걸어 동북치를 지나 등양루와 동치를 지나면 오른쪽 아래로 소나무숲이 펼쳐진다. 숨을 쉬면 솔향이 가득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산책이다. 똑바로 걸어가 동남치를 지나서 객사로 내려가기도 하고, 이어서 남치를 거쳐 서남치, 서문, 서북치를 지나면 다시 공북루로 돌아오게 된다. 다시 읍성 안으로 들어가 연못 옆 풍화루를 구경하고 오른쪽 언덕 위로 올라가면 내아와 동헌이 있다. 가끔 이곳에서 멋진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나오는 길에 장청과 서청, 향청 등을 둘러보면 작지만 다부지게 성을 쌓아 지켜 온 고창의 읍성을 다 구경하는 것이다. 고창군에서는 고창읍성 관람료(성인 기준) 3000원 중 2000원을 고창 군내 상가와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창 사랑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선운산 동백나무숲을 배경으로 고아하게 자리한 선웅사 대웅전, 선운산의 다른 이름인 ‘도솔산 선운사’ 현판이 붙어 있는 입구, 선운사로 올라가는 도솔천에 내려앉은 가을
사진설명선운산 동백나무숲을 배경으로 고아하게 자리한 선웅사 대웅전, 선운산의 다른 이름인 ‘도솔산 선운사’ 현판이 붙어 있는 입구, 선운사로 올라가는 도솔천에 내려앉은 가을
▶가을엔 단풍, 겨울엔 동백, 꽃과 보물 많은 선운사

고창에는 소요산도 있고 경수산도 있는데, 사람들은 ‘호남의 내금강’이라며 선운산 이야기만 한다. 특히 선운산 중에서도 선운사 이야기만 한다. 특히 선운사 가는 길 양쪽으로 화려한 단풍 터널이 아름다운 늦가을에는 꼭 선운사에 가야 한다고 한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가수 송창식은 선운사의 동백을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로 지어 가락을 붙였다. 선운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내내 사람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간다. 녹음 사이로 배롱나무 분홍빛이 화사한 여름에도, 꽃무릇 붉게 타오르는 초가을에도, 오색 단풍이 흘러내리는 늦가을에도, 눈 덮인 겨울에도 선운사에 가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돌아와 말한다. “선운사에 가 본 적 있어? 나는 가 봤어.”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고승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조선 후기에는 90여 개의 암자와 200여 개의 요사채를 안고 있던 큰 사찰이다. 소중한 불교 문화재들을 여러 점 소장하고 있고 경관이 아름다워 불자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 선운산 초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잘 조성된 선운산 야영장과 생태 숲을 지나서 걸어서 선운사로 향한다. 매표소를 지나 도솔천을 왼쪽에 두고 물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걸어가면 오른쪽에 부도밭이 나오고 곧 선운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가을이면 도솔천 양옆으로 단풍과 은행나무, 참나무가 오색으로 물들어 도솔천 옆길에는 대형 카메라를 멘 사진가들이 줄을 서서 촬영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천왕문을 지나 들어서면 먼저 검단선사가 창건 시 대웅전을 짓고 남은 목재로 지었다는 만세루가 나온다. 대웅전과 마주 보고 있는 만세루는 남은 목재로 지어서 그런지 조금씩 휘고 구부러진 목재들이 눈에 띈다. 목재를 구하기 어려워서 그랬다는데 이런 부족함이 오히려 멋스럽게 보인다. 양쪽이 트인 이곳은 설법을 하는 공간인데, 최근에는 다도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만세루를 지나면 병풍처럼 동백숲을 배경으로 대웅보전이 있고, 그 앞에 6층 석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맞배지붕이 근사한 대웅전은 보물 제290호로, 주춧돌 위에 직경 60㎝의 굵은 기둥이 그 무게감을 증명해 준다. 안벽에는 산수도(山水圖), 비천도(飛天圖), 화상도(和尙圖)가, 천장에는 운용문(雲龍文)이 그려져 있다. 대웅전 중앙에는 보물 제279호인 금동보살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도금을 입힌 1m의 좌상으로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으며 복장도 부드럽고 세련되었다. 대웅전 앞의 6층 석탑은 백제탑 양식으로 고려 초기에 만든 것. 우람하지 않고 주변 건축물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만세루 옆의 범종 역시 유형문화재로, 1m 높이의 범종 위에 쌍두용뉴가 있는 동종이다. 유곽 사이에 21㎝의 보살입상이 아름답게 양각되어 있다.

대웅전 뒤에 그 유명한 동백나무숲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약 1만6000㎡(5000여 평)에 걸쳐 3000여 주의 동백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대체로 높이 6m, 상부 직경이 8m 내외의 큰 나무들이다. 동백나무는 잎이 두껍고 불에 강해서 방화림의 기능도 있어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대웅전 뒤에서 짙은 초록잎으로 가득한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할 수 있다. 선운사의 동백은 춘백(春栢)이라서 겨울이 지나서 봄에 피므로 4월에 가면 동백꽃이 만발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선운사로 올라가는 도솔천에 내려앉은 가을, 서해안의 낙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만돌갯벌
사진설명선운사로 올라가는 도솔천에 내려앉은 가을, 서해안의 낙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만돌갯벌
만돌갯벌 앞쪽 바닷가에 있는 서해안 바람공원. 높직하니 전망대를 만들고 의자를 배치해 편하게 석양을 즐길 수 있다.
사진설명 만돌갯벌 앞쪽 바닷가에 있는 서해안 바람공원. 높직하니 전망대를 만들고 의자를 배치해 편하게 석양을 즐길 수 있다.
▶서해안 일몰 맛집, 만돌갯벌

‘자연의 콩팥’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갯벌. 특히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평균 수심이 55m 정도로 얕고 조수 간만의 차가 3~9m로 크다. 해안선이 구불구불한 리아스식이라서 파도의 힘이 약해 퇴적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식물 플랑크톤을 포함한 식물과 동물이 살아가는 터전으로 또 물새들의 서식지로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갯벌로 손꼽히는 곳이다. 람사르 갯벌로 지정된 고창의 만돌갯벌과 하전갯벌도 마찬가지. 특히 만돌갯벌은 바다와 섬이 어우러지는 갯벌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만돌어촌체험마을에서는 갯벌 버스를 운영하며 조개잡이와 염전 체험 등 갯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체험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있다. 해안가에는 서해안 바람공원이 있다. 바닷가에 나무로 전망대를 만들고 풍차와 바람개비 등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쉬어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의 별명은 ‘일몰 맛집’이다. 넓은 전망대의 의자에 앉아 탁 트인 서해 낙조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앉아 있기 힘들 때는 아래쪽 해안가에 차를 주차하고 그 안에서 석양을 지켜보아도 좋다.
 
출처 :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12/1247738/)
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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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전북 지자체들 정원 조성 ‘붐’
관리자 | 2021-06-16 | 추천 0 | 조회 29
2021-06-16
541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오세요, 여름 비대면 안심관광지
관리자 | 2021-06-16 | 추천 0 | 조회 32
2021-06-16
540 한국관광공사 선정 ‘여름 비대면 안심관광지 25선’ 에 전북 3곳 선정
관리자 | 2021-06-16 | 추천 0 | 조회 29
2021-06-16
539 [전북 천리길· 순창 선비의 길] 낙향한 선비는 추령천 걸으며 마음을 치유했을까?
관리자 | 2021-06-09 | 추천 0 | 조회 78
2021-06-09
538 이달의 가볼만한 고창, 반딧불이 생태관광 선정
관리자 | 2021-06-09 | 추천 0 | 조회 71
2021-06-09
537 익산 용안생태습지 ‘국가정원’ 5가지 테마 구상
관리자 | 2021-06-09 | 추천 0 | 조회 73
2021-06-09
536 순창 섬진강길, 섬진강 물길이 빚은 바위들의 우아한 몸짓
관리자 | 2021-06-03 | 추천 0 | 조회 104
2021-06-03
535 노을이 내려앉는 변산면 도청리 솔섬…전북도 기념물로 지정 앞둬
관리자 | 2021-06-03 | 추천 0 | 조회 89
2021-06-03
534 부안 천리길, 산길과 바닷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명소
관리자 | 2021-06-03 | 추천 0 | 조회 72
2021-06-03
533 전북도,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지오드림' 사업기관 선정
관리자 | 2021-05-27 | 추천 0 | 조회 141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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