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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천리길] 진전한 휴식의 의미를 일깨워준 섬진강길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7-16 18:31:00
  • 조회84

고졸(古拙), 고즈넉,
그리고 생각하는 발걸음

좀 쉬고 싶었습니다. 사람 많은 것이 좀 싫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휴양지에는 사람이 많아 쉴 수 없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찾은 회문산 자연휴양림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휴가철 휴양림에는 사람이 많아 시끄럽습니다. 자동차 소리도 쉴 새 없이 들려옵니다.
“나 좀 걷고 올게”
조용한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휴가철 산과 계곡은 어디 가나 차와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왠지 회문산 근처에 있는 섬진강길은 조용할 것 같았습니다. 물병 하나 달랑 들고 걸으러 갔습니다.
이른 새벽 물 우리 당산나무 아래 정자는 시원했습니다. 사람도 없고 조용합니다. 평화롭습니다. 거대한 느티나무는 수백 년 이렇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졸(古拙)합니다. 나무 옆에 걸터앉아 당산나무와 그 옆에 자리한 당산 할머니 무덤의 사연을 읽어 봅니다.
‘물우리’ 는 말 그대로 물 걱정 많은 마을이랍니다. 마을 앞 섬진강에서 사고가 잦았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와 당산 할머니 무덤이 더 숙연하게 느껴집니다.
온 세상이 적막합니다. ‘서걱서걱’ 내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양파밭 할머니가 주신
교훈

어디서 한숨 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추밭 옆 양파밭에서 들리는 할머니 한숨입니다.
양팟값이 폭락하여 그 한숨 소리가 더 슬피 들려 옵니다. 하지만 할머닌 말없이 밭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값이 오르건 내리건 항상 그 자리에 허리를 굽히고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갑자기 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일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 술 먹고 방황한 자신 말이죠. 양파밭 할머닌 아무 말 없이 새벽부터 일하고 계십니다.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내일을 위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할머니가 저에게 무언의 조언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한 해 농사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 전체의 농사인 것 같습니다. 할머닌 아마도 실패한 양파보다 다음 작물에 더 큰 기대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섬진강 위의 달빛 파도.
월파정

양파밭 할머니에게 무언의 교훈을 얻고 발걸음은 월파정으로 향합니다. 섬진강 강물에 비치는 달빛 파도. 월파정입니다. 사진으로 보지 않아도 그 이름만 들어도 느낌을 알 수 있는 곳입니다. 달밤이 아닌 것이 아쉽습니다. 갑자기 솔바람이 나그네를 휩싸고 돕니다. 잔잔하고 시원한. 머리와 가슴을 충분히 식혀 주고도 남을 그런 솔바람입니다. 월파정의 주인은 누구인지 참 복 받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에 정자를 짓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 수 있을까요. 그 사람 생각이 궁금합니다. 휴가철 계곡 주변 수많은 차와 사람들을 피해 이곳에 온 것이 참 올바른 선택인 것 같습니다. 월파정에도 혼자. 저 혼자밖에 없습니다. 귀 아래를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솔바람만이 함께 할 뿐입니다.

월파정을 등지고 갈 무렵 월파정 바로 옆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 손님을 만나기 위해 찾았던 남산의 한 호텔 화장실. 그것과 닮았습니다. 이런 시골 마을에 이렇게 멋진 화장실이 있다니요. 마을 사람들이 관리를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깨끗하고 아늑한 화장실에서 몸과 마음의 근심을 기분 좋게 덜었습니다. 말 그대로 해우(解憂) 했습니다.
가장 큰 근심을 던 것 같이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강둑길,
시인의 집에 가는 길

가벼워진 몸과 마음. 발걸음이 달라집니다. 본격적인 강변길이 시작됩니다. 강 길이 아주 예쁩니다. 시인이 학교로 매일 출퇴근했던 길입니다. 이렇게 예쁜 길로 매일 다녔으니 그가 지은 시도 예쁘지 않았나 합니다. 길옆에 꽃들이 지천인데 그 이름을 모르는 게 답답할 뿐입니다. 뭔가 사연이 있고 의미 있는 꽃말 이거나 아니면 전혀 생소한 꽃말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길가에 옥수수는 아직 일러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갑니다.

“이 나무는 이름은 무엇인가요?”
“자두 인디요.”
‘툭, 도르르...’ 땅에 떨어진 열매 하나를 집어 듭니다. 옷자락에 석석 닦아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아직 맛이 들지 않았지만, 도시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입니다. 섬진강 흙 맛일까요. 바람맛일까요.

큰 느티나무 옆에 있는 시인의 집이 조용합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입니다.
자는 시인이 깰 새라 멀리서 사진만 찍고 조용히 돌아섭니다. 이 동네. 거대한 느티나무 그리고 평상이 마을마다 기본 세팅입니다. 매우 멋집니다. 시인의 집 입구의 느티나무 그늘에 않아 물 한 모금 마시며 좀 쉬어 갑니다. 산과 산 사이에 아침 햇살이 파고듭니다. 오늘도 참 더울 것 같습니다.

한여름 섬진강길,
서늘한 그늘길

걱정입니다. 오늘도 폭염주의보가 내린다던데, 강길을 계속 걸을 수 있을까요.
한여름 강둑길을 따라 걸으라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고행일 것 같은데, 섬진강길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산 그림자가 서늘합니다. 아직 아침이 일러 그런 것일까요. 걷는 내내 서늘합니다. 한 시간 더 걸은 것 같은데 땀이 나지 않습니다. 길이 매우 예뻐 그럴까요. 섬진강 물이 온도를 낮춰 주는 것일까요. 산 그림자가 도와준 것일까요. 한 모퉁이를 돌면 정자가 나와서 쉬고, 다음 모퉁이를 도니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석간수가 나와 나그네의 마음을 적셔 줍니다.

한 두 시간 걸었나요. 좀 출출해집니다. 아침 일찍 나온 터라 끼니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한 모퉁이를 도니 예쁜 캠핑장이 나옵니다. 캠핑장 옆에 작은 매점이 있습니다.
출출한 나그네는 컵라면 하나를 시켜 먹었습니다. 그런데 매점 아주머니가 작은 종지에 김치를 담아 줍니다. 천원 남짓 되는 라면에 폭 삭은 맛있는 김장김치라니요. 꿀맛보다 더 꿀 같은 브런치입니다. 아삭아삭 새콤한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 유대인들이 사막에서 먹었다는 만나도 이것보다 맛이 있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 인심이 가득 담긴 작은 종지의 곰삭은 김치 하나가 기분을 확 바꾸어 놓습니다. 김치 하나 때문에 힐링이 되다니요. 역시 섬진강 인심은 강물보다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구담마을에서 찾은 고졸(古拙)의 완성,
그리고 진정한 휴(休)의 의미

작은 매점의 김치 한 종지 때문에 목적지인 구담마을까지 힘들지 않게 걸었습니다. 구담마을. 작고 예쁜 시골 마을입니다. 봄에는 매화 때문에 유명한 마을이기도 합니다. 마을에 오자마자 유명하다는 느티나무 아래 정자를 찾았습니다. 과연. 이름 그대로 이름값을 하는 곳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고졸한 시간의 작품입니다. 거대한 느티나무가 만들어 낸 아늑한 그늘 공간입니다. 그늘 밖과는 기온 차가 10도 이상 나는 것 같습니다. 서늘합니다. 정자 옆에는 작은 수도가 있습니다. ‘그래도 더우면 등목이나 하세요’ 하는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경치가 그림 같습니다.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공간입니다. 이곳이 왜 봄에만 유명할까요.
마을이 조용합니다. 느티나무 그늘에 큰 대자로 드러눕습니다. 잠시 후 ‘드르렁’ 하는 코 고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깼습니다. 내가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랐습니다. 마을은 아직도 조용합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한여름 주말인데도 차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섬진강 물소리만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들립니다. 전화합니다. 회문산 휴양림에 남아 있는 집사람한테요. “여보, 삶은 옥수수 한 바구니 사서 구담마을로 와라. 여기 매우 좋네. 수건도 가지고 와 등목 좀 해줘.” 차와 사람으로 넘쳐나는 여름철 휴가지에서 못 찾은 휴(休)의 의미를 이곳에 와서 찾았습니다. 나무 옆에 사람이 있는 글자. 쉼. 휴가지에서 못 찾은 휴식을 섬진강길과 구담마을에서 찾았습니다. 올여름 반백 년 동안 모르고 있던 고졸(古拙)한 휴식 방법을 찾았습니다.


출처 : 전북일보(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52612&sc_section_code=S1N8)

한형석(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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