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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천리길 무주 부남면 금강변의 마을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7-16 18:33:00
  • 조회235

전북 무주의 금강으로 가는 길, 노루재를 넘는다. 길의 파노라마는 우리나라 어느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지만 마음은 ‘노루’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동물을 보고 있다. 그는 가느다란 다리와 우아한 걸음걸이로 고갯마루에 올라 불안과 우수에 찬 눈동자로 먼 물 내음을 감지한다. 그러한 우미한 자태를 쫓고 싶지만, 실제의 나는 핸들을 이리저리 꺾느라 수선스럽기 그지없다. 재를 넘으면 길은 비교적 편안하다. 장안리(長安里)에 들면 안창천(安昌川)과 함께 북향한다. 천은 고창리(高昌里)를 지나 금강으로 향하고 있다. 

대소마을 대문바위
돌림병 돌땐 가장 먼저 막아 출입 통제
바위 아래 감아도는 금강 이무기 전설
강변에 늘어선 정겨운 면소재지 마을 

안창천이 금강으로 스민다. 수량은 대단찮지만 풍성한 강변의 초지와 하얀 강돌들이 금강의 견고한 자연성을 조곤조곤 일러준다. 강의 동쪽은 ‘새의 목’이라는 뜻을 가진 조항산(鳥項山) 서쪽자락, 급한 경사로 악명 높은 옥녀봉(玉女峰)이 솟아있다. 옥녀봉의 북서자락 끄트머리가 곤두박질치는 강변에 부남터널이 있다. 뚫은 터널이라기보다는 달아 낸 터널이다. 강 쪽으로 창을 낸 부남터널을 통과하면 부남면 소재지인 대소(大所) 마을. 무주에서도 가장 오지였다는 마을이다. 지명에 대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는다. 노루재 넘어 장안리에서 이미 부남면에 들어선 것이지만 터널은 부남면의 대문처럼 느껴진다.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집채만 한 바위 하나가 보인다. 강변에 걸터앉아 발로 수면을 희롱하는 거인 같다. 도로가 생기기 전 옥녀봉 자락과 강변 바위 사이에는 좁은 소로가 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웃 마을과의 경계인 동시에 소통의 역할을 했고, 돌림병이나 난리 등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는 가장 먼저 이곳을 막아 행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래서 바위는 ‘대문바위’다. 

바위 위에는 ‘천년송’이라 불리는 잘 생긴 소나무들과 노간주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바위 아래를 휘감아 도는 금강의 깊은 소에는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대문바위에 매어놓은 황소를 잡아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지금도 추운 날이면 대문바위 근처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일이 종종 있는데 사람들은 이무기가 연기를 뿜어낸다고 믿는단다. 

터널과 바위, 두 개의 상징적인 대문을 통과하면 대소마을로 들어선다. 높이도 밀도도 낮지만 강변에 죽 늘어서 있는 파출소, 초등학교, 중학교, 우체국, 마트, 소방대 등이 면(面) 소재지의 위용을 드러낸다. 

면사무소 옆에는 특이하게도 천문대가 있다. ‘별자리 신비 탐험관 천문대’다. 2002년에 개관한 이 천문대는 10여 년간 무주의 공공건축물 30여 개를 작업한 건축가 고(故) 정기용의 작품이다. 소박한 규모지만 국내에서 둘째로 큰 구경의 굴절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도로가 난 뒤 대소마을은 더 이상 오지라 불리지 않는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반딧불이의 군무가 난무하고 불빛보다 별빛이 훨씬 무수한 청정마을이다. 

율소마을 벼룻길
밤꽃 향기가 진동, 알밤처럼 생긴 마을
대소마을 지름길 강변 낭떠러지 벼룻길
순간 하늘이 열리고 커다란 각시바위 

부남면사무소 지나 대소교를 건넌다. 잠시 강변을 벗어나 부남로와 대티길을 달려 대티마을을 관통하면 다시 금강을 만난다. 대티교를 건너면 왼쪽 길은 굴암마을로 통하고 오른쪽 길은 율소마을로 향한다. 밤꽃 향기가 진동하는 율소로 간다. 밤나무가 많아서, 또는 마을의 지세가 알밤처럼 생겨서 밤소 혹은 율소다. 밤꽃이라는 말에는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미로운 것이 담겨 있지만 도시사람에게 그 향은 결코 오래 참을 수 있을 만한 게 아니다.

강변 밤꽃 길이 끝나는 곳에서 벼룻길이 시작된다. 벼룻길은 강변의 낭떠러지에 아슬아슬 열린 좁은 길로 무주사람들은 ‘보뚝길’이라 부른다. 율소의 벼룻길은 대소마을로 이어진다. 원래는 굴암마을의 대뜰에 물을 대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건설한 1.5㎞ 길이의 농수로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로는 대소마을과 율소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이 되었고, 대티교가 건설된 이후에는 금강변의 아름다운 옛길로 이름을 알렸다. 벼룻길 입구에 안전수칙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현재 낙석이 진행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이야기, 혼자 걸을 때는 수시로 자신의 위치를 지인에게 알리라는 이야기 등 에 갑자기 움찔한다. 

조금만 걸어 볼까. 절벽 아래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이다. 길은 수풀에 싸여 그늘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금강이 잔잔하다. 새소리도 물소리도 없다. 순간 하늘이 열리고, 커다란 바위가 하늘로 솟아 있다. 각시바위란다. 옛날 아이를 낳지 못해 구박받던 며느리가 돌로 변했다고도 하고 목욕하러 온 선녀가 옷을 잃어버리고 바위로 굳었다고도 한다. 선녀가 목욕했다는 각시바위 아래를 각시소라 부른다. 수심이 깊고 물의 흐름이 조용해 래프팅 보트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다. 

벼룻길은 각시바위를 뚫고 지나간다. 사람이 직접 정으로 뚫었다고 한다. 길이 10m로 어른 두 명이 서서 지나갈 정도라고 알고 있었건만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크기다. 굴을 지나 돌아보면 각시바위의 모습은 더욱 확연하다. 고깔모양이다. 강 저편의 일상적인 전주와 평범한 집들이 특별한 어조나 낯선 억양처럼 느껴진다. 움찔했던 안전수칙의 당부를 상기하고는 고깔에 잡히지 않으려는 생쥐처럼 재빨리 굴을 지나 다시 밤꽃 흐드러진 율소로 돌아간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광주~대구고속도로(12번·옛 88올림픽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가다 함양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35번) 대전방향으로 간다. 덕유산IC로 나와 안성방면으로 좌회전, 다시 비들목삼거리에서 좌회전해 49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상하삼거리에서 부남면 방향 635번 도로를 탄다. 노루재 넘어 안창천을 따라가다 금강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대송로로 가면 유평마을 지나 도소마을이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대문바위 지나 부남면소재지다. 면사무소 지나 대소교를 건너 유동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대티마을, 대티교 건너 우회전해 들어가면 율소마을이다. 

내달 말부턴 늦반딧불이도 보는 ‘예향천리 금강마실길’

무주 금강을 따라 난 길을 ‘예향천리 금강마실길’이라고 부른다. 대소마을과 율소마을, 대뜰이 있는 굴암마을, 관통해 지나온 대티마을 등이 ‘금강마실길 1코스’에 포함돼 있다. 코스는 부남면 도소마을 앞 강변에서 시작해 무주읍 잠두마을 직전까지로 12㎞ 남짓한 거리다. 이 마실길의 핵심이 벼룻길이다. 벼룻길만을 걷는 사람들도 많다. 굴암마을의 마실길은 강변의 아스팔트 도로다. 가로수가 장하게 뒤덮고 있는 길에 ‘마실길 보행자 보호’라는 글이 다정한 배려로 쓰여 있다. 1코스의 시작점인 도소마을은 금강 물길이 마을 앞에서 두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섬을 만든다고 해서 섬소, 도소라 한다. 도소마을은 무주 최고의 늦반딧불이 출현 지역 중 한 곳이다. 늦반딧불이는 8월 말부터 늦으면 10월 첫째 주까지 볼 수 있다. 마을 초입 논을 배경으로 서있는 노란 화장실이 인상적이며 마을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출처 : 영남일보(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90712.010360815420001)

류혜숙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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