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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에서 절정 맞은 단풍… 올 가을 마침표를 찍다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0-11-10 09:51:00
  • 조회57
[休]대둔산에서 절정 맞은 단풍… 올 가을 마침표를 찍다
해마다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은 남쪽으로 번져 내려가면서 10월 말이면 한반도 전역이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룬다. 절기상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이 막 지난 지금도 아직 음력으로는 9월이니 만추의 계절이다. 이번 주 남쪽 지방 단풍이 절정에 달한다고 한다. 서둘러 나서면 올해 마지막 단풍을 만끽할 수 있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풍놀이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한 만큼 막 절정을 지난 지금이 오히려 안전하게 계절을 만끽할 적기일 수 있겠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원효대사가 그 경치에 반해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대둔산(878m)을 찾았다. 소금강(小金剛)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대둔산은 특히 가을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정상 마천대 주위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들이 단풍으로 물든 수목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기암귀석을 연결한 금강구름다리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삼선계단은 가을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이맘때쯤 대둔산을 찾으면 식당 벽면에 흔히 걸려 있던 사진 속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대둔산은 충남 논산과 금산, 전북 완주에 걸쳐 있다. 산이야 사방 어디에서나 오를 수 있지만 정상인 마천대까지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단연 케이블카가 놓인 완주 방면이다. 대둔산을 대표하는 명소가 몰려 있기 때문인데, 오래전부터 이 방면으로 다니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둔산은 정상까지 총 5㎞로 3시간 가량 소요된다. 수직에 가까운 등산로를 직선으로 올라가도록 길이 나 있어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정상까지 앞만 보고 힘겹게 올라야 한다. 때문에 등산이 아니라 단풍 구경이 목적이라면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완주 방면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까지 40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
 
매표소에서 20분에 한 대씩 운행하는 주황색 케이블카를 타면 6분 만에 산 정상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금강구름다리 바로 아래 지점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대둔산의 자랑인 기암괴석들이 기세 좋게 솟아오르고 그 주위를 붉게 물든 단풍이 수놓은 절경을 편안하게 조망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면 시야가 확 트인다. 이미 주변 웬만한 봉우리 정상지점에 올라왔으니 여기서 보는 풍광도 나쁘지 않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정상에서 제대로 단풍을 즐겨보자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바위 사이로 난 틈으로 설치된 좁은 철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서면 얼마 안 가 국내 최초의 현수교인 금강구름다리(50m)와 만난다. 금강문이라는 협곡을 이어놓은 새빨간 다리는 마치 단풍이 다리에까지 번지듯 주변과 잘 어우러진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좀처럼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이지만 가을철에는 사진을 남기려면 사람들로 다리가 출렁거려 짜릿함을 선사한다. 올해 35년 만에 다리가 재설치 됐다고 하니 안심해도 된다. 사방을 둘러봐도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져 어느 각도로 찍어도 좋지만 해가 지기 전까지는 전방이 역광이니 온 길을 되돌아보고 찍는 게 좋다.


다리를 건너면 갈래길 중 어디로 향할지 선택해야 한다. 왼쪽으로 가면 대둔산의 필수코스라 불리는 삼선계단, 오른쪽으로 가면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돌계단이다. 127개 삼선계단은 하늘로 가는 길처럼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51℃)다.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막상 계단 앞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아찔해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때문에 계단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등반객이 많다. 하지만 일단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면 되돌아가긴 늦었다. 폭이 좁고 일방통행 길이라 뒤에서 줄줄이 올라오는 등산객들에 밀려 억지로 정상까지 가야 한다. 철제계단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 풍경에 다리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찔하다. 아직 사고가 있었다는 얘기는 없지만 장난은 금물이다.
 
꼭 무시무시한 삼선계단을 통해야만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신 돌계단 방향으로 돌아가면 삼선계단의 아찔함 대신 다리가 고생을 한다. 간이휴게소를 지나 시작되는 돌계단은 ‘마의 구간’이라 불릴 만큼 가파르다. 총 20분에 달하는 계단을 단번에 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겹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자연스레 하나둘 옷을 벗게 되고, 마지막 보루인 마스크까지 내려버릴 정도로 잔혹한 구간이다. 하산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더 가야 되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거의 다 왔다는 말에 한두 번 속다 보면 서서히 끝이 보인다. 몇 개인지도 모를 돌계단을 끝없이 오르다 보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이들이 만나는데, 아직 정상은 아니다. 왼쪽으로 돌아보면 마지막 오르막 구간이 남아 있다.

사실 단풍을 보기에는 삼선계단까지가 가장 좋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처럼 조금만 가면 정상이라는 말에 현혹돼 대부분 정상 등반에 도전하기 마련이다. 막상 마천대(摩天臺)에 오르면 하늘이 손에 닿을 만큼 높다는 말처럼 울긋불긋 단풍보다는 파란색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운무로 가려진 산 아래쪽 단풍 대신 눈앞에는 새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여기서 우측으로는 충남 논산이, 좌측으로는 금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면 하산하는 길에는 한결 여유롭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완주에서 가을 단풍을 조금 더 호젓하게 즐기고 싶다면 화암사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불명산(428m)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화암사는 화암사중창기에 ‘벼랑 끝을 부여잡고 올라야 비로소 닿는다’고 묘사된 것처럼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사로 향하는 길은 단풍을 즐기기 최적의 코스다. 바위와 철제계단을 거쳐 20여 분을 걸어 올라가야 사찰에 다다르는데, 옛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사찰을 찾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예로부터 여러 문인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산속에 터를 잡은 사찰은 처음 세워질 때 모습 그대로 해탈문이나 일주문 같은 전각 하나 없이 단촐함을 유지하고 있다. 화암사 도착을 알리는 건 입구에 자리한 커다란 은행나무다. 바닥을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잎을 지나 마주한 건물은 우회루(보물 제662호)다. 사찰 정문인 극락전 성격의 누로 입구 쪽 지반이 낮은 곳에 나무 기둥을 세워 안쪽과 평평하게 균형을 맞췄다. 건물 앞에서는 2층이지만 안쪽에서는 1층인 공중누각이다. 사찰 내 국내 유일 하앙식(下昻式)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국보 제316호)도 볼거리다.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지붕과 지붕 사이에 ‘하앙’이라는 목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다. 이 고즈넉한 절을 혼자만 즐기고 싶었던 걸까. 시인 안도현은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시에서 ‘찾아가는 길은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고 했다.
 
출처 : 서울경제신문 (https://www.sedaily.com/NewsView/1ZACQTLBZY)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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