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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어리 플라스틱 빨대 '멋진 쓰레기'로 탄생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8-08 11:57:00
  • 조회67

베트남에 가기 직전 한국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문제가 이슈였다. 지난 2월. 시댁에 결이를 맡기고 남편과 영화 <극한직업>을 보러 갔으니 설날 연휴 즈음이겠다. 상영 시간을 기다리며 스타벅스에 갔다.

겨울에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진리. 종이 빨대를 준다. 마침 사용감이 궁금했는데 잘 됐다. 내 미각이 장금이 급인 걸까. 커피에 종이를 타 마시는 느낌이다. 설상가상으로 음료를 반쯤 마시니 빨대가 너덜너덜해졌다. 차라리 쓰지 말 것을.

한 달 후 호찌민에 있는 스타벅스를 갔다. 역시 '아아'를 주문하니 입으로 마시기 편한 덮개를 덮어줬다. 빨대는 요청이 있을 때만 제공했다. 세계적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니, 괜히 글로벌 기업이 아니다.

그러면 뭘 하나. 다른 카페와 음식점에서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제품을 '물 쓰듯' 쓰고 있는데. 이런 표현도 이제 구식이다. '돈 쓰듯'이라 표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버리겠지.

더군다나 호찌민은 쓰레기 분리배출도 안 하지 않나. 시민 의식을 바꾸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했는데 석 달이 지나자 쇼핑몰과 거리에 분리배출 쓰레기통이 '뿅'하고 생겼다. 뭐지? 이 일사불란함은. 이것이 사회주의 힘인가.

◇대체 빨대 비교 체험 = 포장 문화가 발달해 일회용품 사용에 관대한 베트남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스티로폼·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봉지를 하루에도 몇 개씩이나 쓰게 된다. 하지만 몇몇 카페와 식당에서는 플라스틱 대체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 베트남 음식점 '꽌부이'에서 사용하는 식물 줄기 빨대./김해수 기자

베트남 음식점 '꽌부이'에서는 식물 줄기를 이용한 빨대를 쓴다. 호찌민에서 핫한 베이커리 카페 '르 스퀘어 에피시에르 핀'에서는 금속 빨대를 사용한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관광지 카페아파트먼트에 있는 '포케 사이공'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빨대를 준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 빨대를 경험했다. 사용 후기를 공유하자면 먼저 대나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두껍다. 아무래도 음료를 마실 때 힘이 많이 들어간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일회용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재사용을 한다면 세척에는 신경을 써야겠다. 건조도 잘해야 할 테고.

식물 줄기를 이용한 빨대는 두께가 플라스틱 빨대와 거의 같다. 입술을 댓을 때 촉감도 가장 비슷하다. 하지만 이로 살짝 깨물면 금세 찢어진다. 출고할 때 이 연약한 빨대를 어떻게 씻는지 궁금하다. 믿어도 되겠지.

금속 빨대는 두께가 대나무 빨대와 식물 줄기 빨대 중간 정도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녹이 슬 염려가 적다. 솔로 세척만 잘한다면 위생적으로 오래 쓸 수 있겠다. 이용자로서는 금속 빨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환경 보호 캠페인 활발 = 아파트 쇼핑몰에 있는 거대한 조형물이 꽤 인상적이었다.(지금은 철거했다.) 갈라진 홍해처럼 파도가 양쪽으로 솟은 형상이다. 높이는 3.3m. 둘째 가라면 서러울 포토존이다. 자세히 보니 재료가 좀 독특하다. 모두 빨대로 만들어졌다.

작품을 위해 빨대를 구입한 줄 알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꼬집고자 기획한 작품이다. 물론 작품에 사용한 16만 8000개 플라스틱 빨대는 모두 재활용품이다.

작품 이름은 '플라스틱 바다의 갈라짐(The Parting of the Plastic Sea)'. 바다의 끝에는 '#STRAWPOCALYPSE(빨대의 재앙)'이라고 적혀 있다. 캐나다 출신 사진작가 벤야민 폰 봉(Benjamin Von Wong)은 이 작품을 위해 많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베트남 전역에서 빨대를 수집했다. 스타벅스 베트남의 도움도 얻었다.

특히 환경단체 '제로 웨이스트 사이공'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거부 캠페인은 물론 생활 속 환경 보호 실천법 등을 교육·홍보하고 있다.

이런 민간에서의 캠페인은 일상까지 스며들었다. 아파트 헬스장 정수기에는 머그컵을 사용하자는 문구가 붙었다. 'SAVE PAPER, SAVE TREES, SAVE EARTH(종이를 아끼자, 나무를 구하자, 지구를 지키자).'

◇변화하는 가게들 = 베트남에서는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2500t이 발생한다. 유엔(UN)은 베트남이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런 베트남인데 몇 달 사이 식당과 마트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한 카페 앞에 'SAY NO TO PLASTIC STRAWS(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세요)'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환경 보호를 위해 함께해 달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자주 이용하는 마트에서는 어느 순간 비닐봉지가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MM(Mega Market)'이라는 로고가 크게 박힌 장바구니를 샀다. 배달 주문한 물품이 왔는데 종이상자에 담겨 있다. 첫 달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 빅C는 바나나 잎으로 음식을 포장했다.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도 바나나 잎 포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도록 했다.

베트남 소매 유통업체인 사이공 쿱(Saigon co.op)은 지난 5월부터 플라스틱 빨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빨대는 종이 빨대, 식용 빨대 등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했다.

◇호응하는 정부 = 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면 대게 오토바이 행렬에 감탄한다. 하지만 홍수처럼 밀려드는 오토바이 부대보다 나를 놀라게 한 건 바로 음식물을 포함한 모든 쓰레기를 원스톱으로 버리는 시스템이었다.

죄책감이 들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나. 습관을 이기는 게 편함이더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지내온지 어언 3개월. 호찌민 시내 쇼핑몰과 거리에 분리배출 쓰레기통이 우후죽순처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우연이었을까. 같은 달 초 베트남 총리가 정부가 주최한 반 플라스틱 행사에 참석해 2021년까지 도심 상점가, 시장,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상품 사용을 중단하고, 2025년엔 베트남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고.

무모하지만 단단한 의지가 엿보여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더군다나 여기는 베트남이 아닌가. 한국보다 빠른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환경 보호 바람이 지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고 있지만, 곧 베트남 곳곳으로 번져 국민 전체가 환경 문제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 이곳은 결이가 살아갈 지구이기도 하니까.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04830)

김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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