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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되돌리기, 늦지 않았다…지금 행동한다면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9-24 10:02:00
  • 조회161

 

저명한 환경운동가 겸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런은 오래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에세이 ‘굳이 그래야 하나(Why Bother?)’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변명거리가 있지만, 아마 가장 교활한 말은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결국 너무 늦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는 우리를 덮쳤고 예정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10년 전만 해도 과격하게만 보였던 과학자들 예측은 오히려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온난화와 해빙 현상은 여러 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 최근에 기후학자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정말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인다.”

폴런의 글은 2010년 4월20일에 실렸다.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에는 늦었다고 말했다. 9년이 더 흐른 지금은 어떨까. 이제는 정말로 늦어버리지 않았을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

기업가이면서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폴 호컨의 <플랜 드로다운(Drawdown)>은 이런 비관을 낙관으로 바꾸는 책이다. 아직 늦지 않았고,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 부제는 ‘기후변화를 되돌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획’이다.

호컨은 2001년부터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 뭘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이 기대효과와 비용까지 고려한 실천적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늘 한 가지였다. “그런 목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런 말을 덧붙였다. “존재하기만 한다면, 엄청난 자원이 될 것이다.”

[책과 삶]기후변화 되돌리기, 늦지 않았다…지금 행동한다면
10여년이 흐른 뒤 호컨은 그 목록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하고 ‘드로다운’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드로다운은 기후 용어로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고 한다. 호컨은 먼저 각 나라의 과학자, 공공정책 전문가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이들도 호응했다. 전 세계 가장 권위있는 기관에서 폭넓은 학문적·전문적 경험을 쌓아온 이들이 답장을 보내왔다. 그렇게 모인 연구진 70명이 ‘프로젝트 드로다운’을 구성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기후변화 대책 100가지를 집대성했다.

대책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에너지, 식량, 여성 문제, 건축, 도시계획, 토지이용, 교통체계, 재료 및 원료, 미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책을 만들었고 이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 잠재적 비용까지 산출했다.

이 대책들은 지질학자, 공학자, 농학자, 정치가, 작가, 기후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재무분석가, 건축가, 운동가로 이뤄진 120명의 자문위원회에 3단계에 걸쳐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과 자문위원 명단은 책 말미에 꼼꼼하게 실려있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비용 산출
수치화한 효과, 과학적 설명
기후 위기 ‘비관’을 ‘낙관’으로
세계 시민에 창의적 혁신 촉구

연구진이 제시한 대책은 쉽고 명확하다.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간결하게 설명한다. 설명이 끝난 뒤에는 그 효과를 수치로 알려준다. 이를테면 대책 중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되는 ‘냉매관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89.74기가t(1기가t=10억t)을 감소시킬 수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36기가t)보다 2.5배 많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면 30년간 온실가스 70.53기가t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미래 에너지(20개)를 제외한 80개 대책을 완벽하게 실행하면 총 1051.01기가t이란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2045년이면 드로다운이 달성되고, 2050년에는 감소되거나 격리된 배출량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양보다 훨씬 더 많아진다. 30년간 총 실행비용은 131조달러다. 물론 가장 희망적으로 계산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그러나 대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대책 중에는 여성 분야도 들어가 있다. 여학생 교육, 가족계획, 여성소작농 등 3가지 대책으로 단출하지만 효과는 크다. 연구진은 “여성의 권리와 복지를 개선함으로써 지구의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여학생 교육’은 가족계획만큼 온실가스 감소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더 적게 출산하고, 더 건강한 아이들을 낳으며, 재생산 건강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한다. 또 교육받은 여성은 더 높은 임금을 받고 더 높게 승진하며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아기 사망률과 산모 사망률도 감소한다. 여학생 교육에 대한 투자는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기존의 거의 모든 선택사항 중 비용 대비 경쟁력이 가장 큰 방법”이다.

“여성의 교육·복지 개선 투자가
탄소배출 감소의 최대 경쟁력”
기후 문제 연계한 분석도 눈길

여성 소작농은 저소득국가의 농업상황을 파악해야 생각해낼 수 있는 대책이다. 저소득 국가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토지·신용·교육·기술 등 자원에 접근하기 어렵다. 여성이 남성만큼 능률적이고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어도 더 적은 양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모든 여성 소작농이 생산 자원에 평등하게 접근 가능할 때 농업 생산량은 20~30% 증가하며, 저소득 국가의 총 농업생산량은 2.5~4% 증가하고, 전 세계 영양실조 인구도 12~17%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책에는 이런 연구결과도 나온다. “여성은 소득이 더 높아지면 버는 돈의 90%를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 건강, 영양에 재투자하는 데 비해 남성은 30~40%만을 재투자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복지와 기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평등에 이로운 방법은 성별을 막론한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된다.

대책 중에는 ‘후회스러운 해결책’도 있다. 온실가스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적·환경적 비용이 비싸고 유해한 대책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이다.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전기를 만들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훨씬 적다. 이른바 ‘탄소 발자국’이 적기 때문에 원자력이 지구 온난화의 중요한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도 쉴 새 없이 건설되고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비싸고, 무엇보다 위험하다. 이 때문인지 책에 나온 100개의 대책 중 유일하게 ‘편집자 주’가 달려있다. 호컨은 “원자력은 후회막심한 해결책이다. 이미 체르노빌과 스리마일섬, 로키플래츠, 브라운스페리, 아이다호폴스, 미하마, 뤼상스, 후쿠시마, 다이이치, 도카이무라, 마르쿨, 윈즈케일, 보후니체, 처치록에서 후회스러운 일들이 발생했다. 또한 3중수소 방출, 폐우라늄 광산, 광산폐기물 오염, 사용 후 핵폐기물 처리, 불법 플루토늄 밀매, 핵분열 물질 도난, 냉각 시스템으로 빨려들어간 수생생물들의 파괴, 수백수천년 동안 핵폐기물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 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쓰레기를 소각해 열이나 전기를 얻는 ‘폐기물에너지’ 역시 후회스러운 해결책으로 꼽혔다. 쓰레기를 태우면 열과 함께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해 규제가 약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는 대책이다. 연구진은 “너무 많이 낭비하는 세상에 대한 과도기적 전략”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침 21일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열린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온실가스 대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다.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의 일환이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도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이란 이름 아래 단체행동이 이어진다.

호컨은 말한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루고, 혁신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세계로의 초대장으로 간주한다. 창의력과 연민, 천재성을 일깨우는 길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의 의제도, 보수의 의제도 아니다. 인간의 의제다.”


출처 :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202033015&code=960205)

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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