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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과학] 얼음 아래 숨겨진 신비로운 생명체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6-05 11:53:00
  • 조회160

갑자기 날이 더워졌다. 아이스아메리카노의 계절이다. 집 냉장고에 얼음을 얼리기 시작했다. 얼음을 정리할 때마다 아이들은 아무 맛 없는 그 얼음이 맛있다며 연신 `하나만 더`를 외친다.
"얼음이 왜 물에 뜰까?" 듣거나 말거나, 하나라도 더 알게 해 주고픈 마음에 얼음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붙잡고 설명한다. "겨울이 돼도 호수에 물고기가 살지? 호수 속 생물이 얼어버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호수 바닥의 물은 얼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데 얼음보다 무거워 가라앉고, 얼어버린 물은 가벼워져서 위로 뜨기 때문이야. 지금 얼음도 물에 뜨지? 물은 4도일 때 가장 무거워. 얼음이 물보다 무거웠다면 호수 바닥부터 차례차례 얼어버렸을 거야. 그러면 결국 호수의 물이 다 얼게 될 거고 물고기 또한 다 죽을 거야." 

"얼음 속에는 생물이 살 수 없어?" 딸 아이가 묻는다. "아…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어떤 건 살 수 있기도 한데 그게 말이지…." 

천진난만한 질문이 훅 들어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복잡해진다. 역시 아이들은 다르다. 얼마 전 화학해양학 수업 시간에 같은 이야기를 듣던 스무 살 친구들은 끄덕끄덕거려 문제없이 넘어갔던 부분이다. 

"바보야, 아이스에이지에서 다람쥐가 얼음에 갇혔다가 살아났잖아. 얼음이 녹으면 살아나지." 큰아이가 동생을 다그친다. 

아직 다섯 살과 여섯 살은 어리구나 싶다. 하지만 아이들이 질문하는 걸 해결할 수 있으면 그게 CNS(권위 있는 학술지의 대표적인 예로 셀(Cell),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저널을 칭함)에 실릴 것이란 우스갯소리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1990년대 냉동인간이란 주제는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의 뜨거운 주제였다. 데몰리션맨(1993)이란 영화와 같은 해 개봉했던 `사랑이야기`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냉동 인간이 떠올랐다. 감옥에서 70년을 살고 나온 경찰, 30년을 냉동인간으로 있다 깨어나 늙어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냉동 인간이 실현된다고 했을 때 인간이 마주하게 될 새로운 세대와 공간,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맞닥뜨릴 문제까지 보여준다. 물론 1991년 알프스산맥에서 발견된 깨어나지 못한 한 사람은 우리가 기대하는 냉동 인간까지는 아니지만 5300년 전 석기시대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얼음 속 생명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2016년. 러시아 서시베리아에 위치한 야말로네네츠 지역의 영구동토층에서 3만년 이상 활동을 정지하고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증식했다. 동토층이 녹았기 때문이다. 이 탄저균 바이러스의 여파로 당시 순록 2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지역주민 8명도 감염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이러스는 얼음 속에서 휴면상태로 존재하다가 서식환경이 맞으면 증식할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이후 빙하 속에서 휴면상태에 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한 사례는 4차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로 영구동토층이 녹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병원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지대에는 수만 년 전 활동하다가 빙하에 갇힌 바이러스들이 존재한다. 빙하 속 박테리아의 양은 지구 기후변화를 추적하는 연구에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기후의 다양성 역시 빙하에 반영될 수 있다. 2017년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 저널에는 극지방의 빙하와 눈 속에서 활동하는 박테리아의 관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저자인 영국 요크대학의 레데커 교수와 공동연구팀은 극지방의 눈에서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가스의 흔적을 추적했다. 그 결과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 `요오드화메틸(methyl iodide)`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해 얼음과 눈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를 찾았다. 

해빙에 존재하는 미세조류. [사진 제공 = 하선용 박사]
사진설명해빙에 존재하는 미세조류. [사진 제공 = 하선용 박사]
극지 얼음은 다른 방향으로 기후 연구와 연결된다. 해빙(sea ice)에 서식하는 미세조류의 역할 때문이다. 해양의 1차 생산자 `조류(algae)`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들이 흡수하는 탄소의 흡수율은 지구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만큼 중요한 연구주제로 꼽힌다. 해빙에 서식하는 미세조류도 그 역할을 한다. 바다에 떠 있는 해빙은 광대하고 거대하며 하얗게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위에서 본 모습에 불과하다. 그 아래는 많은 조류로 구성된 녹갈색의 매트로 코팅되어 있다. 해빙미세조류(ice algae)라고 한다. 해빙이 형성되는 동안 해수의 염이 제거되며 생긴 브라인채널(냉각용염수채널)의 고염 환경에 서식한다. 

이들의 생산성은 실로 대단하다. 사실 북극해는 극한 환경으로 일차생산성이 낮다고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북극해 해빙 생태계의 높은 탄소흡수율이 조사되었고 해빙미세조류가 실제 북극 생산성의 15~20%를 차지하고 있음이 보고됐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소도 관련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하선용 극지해양과학연구부 박사는 북극의 일차생산성을 연구한다. 특히 초년생 해빙의 증가, 그리고 환경 변화로 빙하에 서식하는 조류의 생산성이 그 주제다. 해빙미세조류의 생산성은 극지방의 탄소 거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 이 결과는 북극 생태계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북극 생태계에서의 먹이망에 영향을 미치는 해빙미세조류의 기능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연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지 않는 생명체에게 가혹하다 했다. 모든 생명체가 현재 존재하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박테리아도, 미세조류도 보이지 않던 얼음 속 작은 생명이 실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몰랐던 그 작은 생명들은 그 나름의, 그리고 앞으로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학자들은 그런 수많은 생명의 존재 이유를 해석한다. 그들의 연구 결과들이 인간이 자연과 하나임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출처 :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6/385141/)

원은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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