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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웅포 곰개나루길 - 곰개나루에서 나바위 성지까지 걷는 길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12-09 10:25:00
  • 조회347

파란 선을 따라, 

파아란 하늘까지 걷는 길

곰개나루의 

겨울 아침

"하루 안에 걸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 한 번도 하루에 20km 이상을 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21km란 숫자는 걱정과 막연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이른 휴일 아침 웅포 삼거리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마을 어르신들도 많이 보이고, 조용한 시골 마을인데 인적이 드문 쓸쓸한 곳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간식거리와 식수를 사서 나오는데 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웅포 초등학교 개교 110주년 기념비’ 가 멋집니다. 이 마을 그냥 시골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1908년에 이미 학교가 들어섰을 정도로 이 지역의 중심이었답니다. 어쩐지 여느 시골마을과는 아침 풍경이 좀 달라 보였습니다. 

 
보건소 맞은편에 곰개나루 캠핑장이 있습니다. 오늘 여정의 시작점입니다. 신발 끈도 고쳐 메고 바지춤도 추켜올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천리길 안내판이 없습니다. 관리실이 물어보니 이곳이 시작점이 맞고 자전거길 따라가면 된다고 합니다. 서울까지 유명한 이곳 캠핑장엔 역시 사람이 많았습니다.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역시 사람이 모이는 곳은 모이나 봅니다. 캠핑장에서 풍기는 그윽한 원두커피 향이 발걸음을 잡았지만 지평선을 향해 나 있는 화장을 예쁘게 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갈 길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파란색 선을 따라 멋짐 주의

곰개나루 ~ 성당포구

파아란 하늘을 향해 나 있는 파란선. 그 길을 따라 걷습니다. ‘금강’이라는 푯말만이 이곳이 한국의 금강인 것을 알려 줄 뿐. 이곳이 어느 나라 길인지 모를 정도로 멋진 길입니다.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하늘에 닿을 것 같습니다. 강가 쪽으론 조용히 흐르는 금강물과 바람을 즐기고 있는 드넓은 억새밭이, 강둑길 너머 논밭에는 가끔씩 소가 숨 쉬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합니다. 조용하니까 길에 집중하게 됩니다. 화장을 예쁘게 한 길. 파란색 아이라이너를 한 것 같은 예쁘고 매력적인 길입니다. 한치의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없이 어떻게 하늘과 닿은 것인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오래된 나무 이정표 만이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뿐입니다. 두 시간 정도 걸어 힘이 좀 들 무렵 재미난 모양의 쉼터가 나옵니다. 금강 스타일로 지은 쉼터입니다. 배낭에서 보온병을 꺼내 집에서 끓여온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을 마셨습니다. 속이 풀어지면서 눈도 커지고 시야도 넓어집니다. 하늘은 더 파래 보이고, 주변 경치는 더 멋져 보입니다. 

쉼터에서 일어나 한 시간 정도 더 걸으니, 강둑길을 내려가 마을로 들어가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모든 길이 강둑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마을 길은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 뒤 숲길로 이어집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숲길입니다. 베토벤이나 괴테가 걸으며 사색했을 것 같은 멋진 숲길입니다. 이브몽땅의 ‘고엽’이 절로 흥얼거려집니다. 뉘 집 뒷마당을 지나 더 깊은 잣나무 숲길로 이어지더니 이내 구수한 쇠똥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당연히 냄새도 나야겠지요. 이 길. 시각적, 청각적으로만 나그네들을 만족시켜 주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맡아보는 쇠똥 냄새에 옛날 생각이 들게 해 줍니다. 그리고, 밤나무 과수원 길을 지나 작은 고개가 나옵니다. 옛날 선비들이 걸었을 것 같은 정겨운 고갯길입니다. 길지 않아 좋고, 넓지 않아 좋은 고갯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넘기에는 힘들겠지만 걸어서라면 한 시간이라도 걸을 수 있는 예쁜 고갯길입니다. 

 
고갯마루에서 모자를 벗으니 김이 납니다. 역시 오르막은 힘이 드는군요. 땀을 닦고 물을 한 모금 마시니 고개 너머 마을이 아래로 쫙 펼쳐집니다. 내가 마치 서편제의 소리꾼이 된 것 같습니다. 평화로운 마을. 힘들게 고개를 넘었으니 이곳에서 걸판지게 한판 읊어대고 싶은데 마을은 조용했습니다. 배도 고파 오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길가에 재미있는 이름의 음식점이 있어 요기를 했습니다. 나그네는 운이 좋아 식당 옆집 김장하는 날 방문해서 고소한 절임 배추와 알싸한 배춧속, 그리고 쿰쿰한 젓갈 냄새가 향긋한 김치도 한쪽 얻어먹었습니다.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성당포구

이제 배가 불러 정신을 차리니 이 마을 이름은 ‘성당포구 마을’이랍니다. 당연히 천주교 성당이 있어 성당포구인 줄 알았는데, ‘성황당이 있는 포구’랍니다. 고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성당창’이라는 세금 창고가 있었고, 서울 마포나루 가지 세곡 선도 운행했었다고 합니다. 어쩐지 마을의 품이 좀 달라 보였습니다. 성황당 나무도 너무 멋지고, 천년 지난 마을은 작지만 그 태가 여느 시골 마을과는 참 달리 보였습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농촌체험마을인 성당포구 금강 체험관이 있습니다. 양지바르고, 평화롭고, 조용합니다. 다음에 오면 이곳에서 하룻밤 꼭 머물고 싶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관리가 잘 된 깨끗한 화장실에서 옷매무새도 고치고 체험관도 살펴보았습니다. 

길은 체험관 뒤로 이어집니다.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수만 개의 바람개비가 있는 길을 만났습니다. ‘성당포구 바람개비길’입니다. 높이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그 색도 다른 수만 개의 바람개비가 길 양쪽으로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 옛날 황포돛배가 세곡을 가득 싣고 한양으로 떠나는 모습이 상상이 갈 정도로 장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이 주는 바람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바람개비가 도는 것이 아니라 바람개비가 돌아 바람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누구 생각일까요. 이 바람개비는. 작은 소품이 이 마을을 더 새롭게 태어나게 한 것 같습니다. 길도 예쁘고 하늘도 예쁘고 바람개비도 예쁩니다. 살캉살캉 돌아가는 소리도 예쁩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같고, 새소리 같기도 하고, 하늘이 내는 소리인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나 있는 길은 정말 하늘과 닿아 있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옛날 어느 민족은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고 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걷기만 해도, 이 길을 걷기만 해도 하늘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만든 길 같습니다. 

 
성지의 의미, 

김대건 신부 착륙지

바람개비 길과 그 아래 있는 용안습지 생태공원과 끝도 없는 억새밭이 멀어질 무렵 작은 숲길이 나옵니다. 그 길모퉁이에는 논에 물을 대는 용두양수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무데크길. 이 나무데크길이 끝나면 바로 다시 강둑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아래는 자전거 길이고, 둑 위에는 우리나라 최초 천주교 신부가 된 김대건 신부가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이 땅에 첫 발을 내 디딘 곳입니다. 그 자리에 작고 소박하지만 간결하고 단아하게 십자가가 자리해 있습니다. 파아란 겨울 하늘 아래 십자가가 굉장히 성스러워 보이는 곳입니다. 이제 이곳부터는 우리나라 천주교의 성지를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종착지 나바위 성지 가는 길. 그 길은 바람은 차지만 햇빛이 밝고 따뜻했습니다. 백여 년 전 세상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잠시 쉬면서 스마트폰으로 이곳 성지와 김대건 신부의 정보를 검색해 봅니다. 신자는 아니지만 알고 가는 것이 예의인 것 같습니다. 

천리길에서 나바위 성지 가는 길은 참 소박합니다. 기울어진 작은 푯말 하나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아도 성스러운 기운이 눈 보다 가슴으로 먼저 알려 줍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곳, 하늘과 맞닿은 곳

나바위 성지

성지가 있는 화산의 둘레는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천연 바위가 십자로 모양이 잡혀 있어 정말 하늘이 정해준 성지 같아 보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둘레를 걸으면 정말 말 그대로 성스러워 보이는 나바위 성지를 볼 수 있습니다. 

성지 입구의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고쳐 입고 언덕을 오르면 정말 하늘과 맞닿은 곳에 성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신자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아도 성스러워 보이는 곳이고,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교회의 첨탑이 아니라 이곳 전체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입니다. 하늘을 보고 서 있는 성당을 보는데 눈물이 납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눈이 맑아지고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입니다. 해발 40m밖에 되지 않는 언덕 같은 곳인데 이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작년에, 세계의 모든 순례자들이 가 보고 싶어 하는 산티아고 성당과 순례길의 성지 피스테라와 묵시아 성당도 가 보았지만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이곳은 정말 다른 곳인 것 같습니다. 높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작고 소박한데 유럽의 어느 성지 보다 마음이 더 벅차고 숙연해집니다. 심호흡을 크게 해 봅니다. 마음속이 깨끗해 지는 느낌입니다. 예배당은 차마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 냄새날 것 같은 내 발을 안에 들이기 싫었습니다. 

 대신 교회를 돌아 교회 뒤에 있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성모상, 그리고 산으로 올라가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 봅니다. 골고다의 동산 오르듯 조용히 오르는 길이 숨차지 않습니다. 길 옆에는 작고 소박한 조각이 있어 더욱 숙연해집니다. 옛날 이곳 성당의 주임신부를 지낸 분의 묘도 작고 소박하게 자리해 있습니다. 조각을 보다가 걷고 다시 조각을 보다 걸으니 정상에 김대건 신부의 순교비가 있고 그 옆에 금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작은 정자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이곳은 호남 3대 명당자리라 불렸던 곳이고 작은 암자에 스님이 살고 계셨는데 어느 날 스님의 꿈속에 여자가 나타나 앞으로 이곳에 살아야 겠으니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님이 이곳 암자를 떠났고, 그 자리에 성당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종교를 떠나 이곳이 얼마나 신성하고 중요한 자리인지 느껴집니다. 

이곳에 제일 먼저 도착한 김대건 신부, 그리고 이 자리를 양보한 암자의 스님 모두 이 자리의 신성함을 알고, 백성의 뜻을 알고, 하늘의 뜻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정상 정자 아래는 마애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정말로 신성한 곳임을 다시 알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 길가에 억새가 너무 예쁩니다. 그리고 아침에 출발했던 곰개나루 주차장에 석양이 내려옵니다. 집에 가기 전에 곰개나루 언덕 정자에 올라 봅니다. 

지난 1월에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을 찾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나 버렸습니다. 뜬봉샘에서 난 물은 이제 흐르고 흘러 충청도와 전라도를 적시고 이곳 곰개나루 앞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시간도 흐르고, 세상도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생명이 흐르고 흘러 큰 바다를 이루듯 우리도 모이고 모여 큰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겠지요. 

날은 춥고 바람은 찬데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습니다. 

 

TIP. 겨울 웅포 곰개나루길 걷기를 위해 알아 두어야 할 사항들 

​1. 곰개나루에서 시작하여 나바위성지로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해를 등지고 가기 때문에 날씨가 좋으면 등과 목이 따뜻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걸을 경우에 햇빛 때문에 하루 종일 눈을 찌푸리며 걸어야 합니다. 

2. 겨울에는 패딩 파카와 울양말, 털모자, 털장갑이 필수입니다. 신발은 운동화도 충분합니다. 

3. 21km를 걸어야 합니다. 오래 걸어 힘들지만, 포장된 길이어서 걷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4. 출발지인 곰개나루, 중간 경유지인 성당포구, 도착지인 나바위 성지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세 곳에서 식수도 함께 공급할 수 있습니다. 

5. 성당포구 주변에 맛있는 식당이 여러 곳 있어서 점심 먹기 좋습니다. 

6. 전체적으로 자전거길 옆을 따라 걷는 길로, 오가는 자전거를 주의해야 합니다. 

7. 길 안내판과 이정표는 드물지만,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8. 오후 1시 이전에 성당포구를 지나야 해가 있을 때 길을 마칠 수 있습니다. 

9. 중간에 절대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됩니다. 모든 쓰레기는 배낭 안에 담아 오세요. 

10. 종착지인 나바위 성지는 신성한 종교유적입니다. 크게 떠들거나 흡연, 음주는 자제하세요. 


출처 : 전북의 재발견(http://blog.jb.go.kr/221726665680)

전라북도 블로그기자단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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