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겨울옷을 벗지 못했지만 어디선가 불쑥 봄이 얼굴을 내밀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군산의 둘레길 중에서 특히 봄이 오면 생각나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청암산 둘레길입니다.
물론 4계절 걷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봄에 만난 청암산 둘레길 풍경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풍경 중에서 왕버들 나무의 연둣빛 빛깔은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청암산 둘레길을 미리 한 번 돌아보면서 봄맞이 준비를 하려 합니다.
청암산 그리고
군산호수
청암산(118.8m)은 군산시 옥산면에 있는 산입니다.
군산호수와 접하고 있는 산이지요.
낮은 산이라서 산이라 하기보다는 뒷동산 정도로 불러도 될 정도로 아담합니다.
낮은 산이면서도 유명하게 된 이유는 숲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군산호수 물을 군산시 상수도 제2수원지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수자원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입산 금지가 되어 숲과 생태가 잘 보전되었습니다.
1939년부터 대아저수지 물을 공급받아 2001년까지 식수원으로 사용했습니다.
2001년에 용담댐이 준공되고 용담댐 광역 상수도(완주 고산면에서 정수된 물을 공급)가 군산시에 공급되면서 저수지는 상수도 수원지 기능이 상실되고 공업 용수원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군산시에서는 2008년 군산호수(옥산저수지 이름을 사용하다가 회현면 주민 반대로 변경)로 이름을 바꾸고 입산 금지를 해제하여 공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청암산 둘레길을 그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청암산 둘레길은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길과 군산호수 수변을 따라 걷는 수변로가 있습니다.
시간은 수변로가 더 걸리지만, 호수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변로를 이용하게 됩니다.
걷는 방향도 항상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돌아 나오는데 제방 주변의 억새 길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운치 있는 억새 길을 걸으며 둘레길 걷기를 시작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절반쯤 억새 길을 걷다가 제방으로 올라와 걷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시원하게 뻗은 제방길과 넓게 펼쳐진 호수 풍경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해줍니다.
제방 끝에 다다르면 정자와 둘레길 표지석이 있습니다.
정자는 반대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이고 표지석은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 팀을 위한 것입니다.
표지석을 보면 등산로와 수변로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호수 풍경과 함께 걷는
수변 길
제방 길을 지나 수변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수변 길가에는 대나무가 많은데 입구부터 보이기 시작합니다.
맞은편에는 벚나무 가로수인데 꽃이 활짝 핀 벚꽃길이 기대됩니다.
수변 길은 대부분이 자연 그대로의 흙길입니다.
역시 걷기에는 흙길이 가장 좋지요.
느낌도 좋고, 건강에도 그렇고요.
단점이라면 비나 눈이 내린 후에 길이 질퍽거린다는 것인데요.
그런 곳은 돌이나 나무를 이용하여 보완해 놓아 불편함이 없습니다.
돌도 그냥 평범한 돌이 아니라 맷돌 모양으로 만들어 징검다리를 연상하도록 배치했습니다.
그 덕분에 불편한 구간이 아니라 오히려 운치 있는 길이 되었네요.
지나는 길에 산림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해서 그늘에 앉아있기에는 부담스러워 그냥 지나쳤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때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야겠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주변 풍경을 보기도 하고 꽃이나 나무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풍경이 멋진 구간에서는 풍경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곳을 지날 때는 주위에 더 관심을 보이지요.
지금 시기에는 꽃을 보기가 어려우니까 자연스럽게 나무에 눈길을 주는 빈도가 높습니다.
여러 번 찾은 곳이지만 아직 이름을 모르는 나무가 많은데 나무에 걸린 이름표가 도움이 됩니다.
한 번 보고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보다 보면 나무 이름이 반사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날이 있겠지요.
들레길을 걸으며 대나무숲을 지나는 구간이 몇 군데 있는데요.
대나무 숲길은 청암산 둘레길의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일반 숲과는 다른 느낌의 청량감이 있어 좋답니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요.
호수 수변에 군락을 이루는 왕버들 나무 군락지를 지나기도 합니다.
이곳 역시 청암산 둘레길의 명소입니다.
왕버들 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물 가까이 서식하고 있는데 호수와 어우러져 군락을 이룬 모습이 특별해 보입니다.
특히 봄에 연둣빛 잎이 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생태의 보고,
청암산
대나무숲에 생태 학습장도 만들었습니다.
청암산과 군산호수에 사는 동물과 식물에 대한 상세한 자료가 준비되어 있어 어린 학생들 현장 교육하는 데 활용하면 좋겠네요.
어느 구간에서는 나무로 만든 길을 지납니다.
땅에 습기가 많아 길 전체를 나무를 이용해서 해 놓은 것 같아요.
구석구석 손길이 많이 간 것을 느낄 수 있는 둘레길입니다.
수변 길의 특징은 호수의 물이 산 모양에 따라 산속으로 깊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다를 반복합니다.
그런 이유로 수변 길의 거리가 등산로에 비해 길게 되었고요.
이 구간을 지날 때는 호수 건너편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군산호수에는 겨울철에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건너편 물가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새들 모습도 보입니다.
청암산의 숲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 자연스럽게 숲의 천이가 이루어졌습니다.
산 아래쪽에는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상당히 많이 퍼져 있습니다.
숲의 천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 소나무와 활엽수 그리고 호수가 삼박자를 이룬 조화로운 모습입니다.
수변 길 전체 코스의 중간쯤 지날 때 다시 왕버들 나무 군락지를 지나게 됩니다.
앞에서 보았던 왕버들 나무 군락지는 길에서 건너다보면서 지나왔다면 이곳은 군락지를 통과해서 지나는 구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변로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고 생각하는 곳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쉼터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쉬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둘레길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는데요.
특히 호수가 보이는 이런 곳에서는 잠시 쉬었다 가고 싶어집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아요.
차나무 사이를 지나기도 합니다.
자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심어 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차나무를 만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호숫길을 걸으며 모래사장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이곳에는 작은 모래사장도 있답니다.
바람이 만들어 놓은 풍경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풍경도 청암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청암산 둘레길은 수변로와 등산로가 수시로 만났다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수변로와 등산로를 바꾸어 가면서 걸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구간에서는 등산로를 이용했습니다.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오른쪽 마을에 있는 오토캠핑장이 한눈에 보입니다.
봄 풍경이 기다려지는
청암산 둘레길
청암산 둘레길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호수와 산이 접하고 있는 수변 길은 두 가지 풍경을 다 볼 수 있고요.
대나무숲, 왕버들 나무 군락지를 지나는 구간은 포토존으로 최고랍니다.
그 외에도 호수와 산이 어우러져 만들어주는 풍경은 걷는 내내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줍니다.
4계절 걷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봄 풍경이 기다려집니다.
왕버들 나무 군락지가 연둣빛으로 물드는 시기에 꼭 다시 찾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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