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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천리길 용담호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7-05 15:35:00
  • 조회2748

작은 균열로부터 새어나오는 것 같던 물은 폭발의 굉음도 없이 넓게, 넓게 펼쳐졌다. 갑작스럽고도 엉큼한 침착이었다. 회색의 낯빛에 푸른 기운이 도는 얼굴은 말 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얼굴을 어루만지듯 달렸다. 그 창백한 이마가 여기 있는데, 그는 자꾸만 멀어지는 듯했다. 이제 그만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는 뒤돌아 담담한 눈빛을 던졌고, 그때마다 나는 저절로 그를 쫓아야 했다. 전북 진안 용담호는 이상한 호수였다. 


태고정. 조선 영조 때의 것으로 전북 진안군 용담면 옥거리에 있던 것을 용담 망향의 동산으로 옮겼다.

여의곡 지석묘. 태고정 뒤에 진안군 정천면 모정리 여의곡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지석묘 4기가 이전 복원되어 있다.

용담 망향의 동산 팔각 정자에 오르면 망향비 아래로 용담호가 펼쳐진다.

 ◆용담댐 용담호

용담댐은 1992년에 착공되어 2001년 12월에 완공되었다. 전북 진안군 용담면 월계리(月溪里)의 금강 상류를 막았다. 댐의 완공으로 용담호가 생겨났다. 담수가 끝나고, 하늘에서 호수를 내려다보자 물줄기는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용담(龍潭)’, 즉 ‘용이 자리를 틀고 있는 깊은 연못’ 그 자체였다. 

댐이 생기면서 1개의 읍, 5개의 면, 68개의 마을이 수몰되었다. 삶의 터전을 옮긴 주민은 1만2천명이 넘는다. 호수가 생기면서 64㎞에 이르는 호반도로가 생겼다. 호안에는 별다른 시설물이 들어서 있지 않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 탓도 있고 호수 사방이 골짜기인 데다 연안도 산골짜기의 경사진 땅이 많아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길 가에 ‘곶감’을 판다는 입간판이 서넛 보인다. ‘진안에 곶감?’이라 갸웃했더니 용담호 서편에 솟아있는 운장산 일대에 씨 없는 감이 열리는 감나무가 많다고 한다. 댐이 건설된 이후 감이 열리자마자 낙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몇몇 주민들은 여전히 감나무를 포기하지 않는 모양이다. 

호수에 섬이 떠 있다. 섬이 된 산봉우리들이다. 물새 몇 마리가 함께인 듯 아닌 듯 제 각각 텅 빈 수면을 긁는다. 배 한 척쯤 떠있을 만도 한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호숫가 일부 주민들은 허가를 받아 용담호에서 민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그들은 저녁에 그물을 치고 이른 아침에 나가 거둬들인다. 가을날 일교차가 커지면 물안개가 피어오른단다. ‘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안개방울들이 물에서 불쑥 솟아올라 톡 터지듯이 피어오릅니다. 그게 모여 일렁이며 호수를 뒤덮지요.’ 어느 기사에서 본 호숫가 주민의 표현이다. 게으른 탓에 본 적 없는 물안개가 생생하게 보인다. 그는 분명 시인이고 화가다. 

끌어당기지도 않고 밀지도 않는데, 자꾸만 쫓아 달린다. 이상한 호수다. 2004년에 개봉했던 한석규, 고(故) 이은주 주연의 영화 ‘주홍글씨’에서 남자주인공이 자동차를 타고 호수 주변을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용담호반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녀 주인공의 트렁크 장면이 촬영된 곳도 이곳이다. 어쩐지 그날의 느낌이 오늘과 겹쳐진다. 날씨 탓인가. 

◆용담 망향의 동산 

길을 따라가면 정천면 모정리 망향의 광장을 시작으로 용담, 상전, 안천 등 4개의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대개 조망이 좋은 둔덕 위다. 물속에 고향을 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장소이겠지만 이방인들에게는 더 없이 장쾌한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다. 망향의 동산 중 용담대교 북단의 용담면 수천리 ‘용담 망향의 동산’이 가장 조망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용담호의 중앙부에 위치해 동, 서 양쪽으로 호수가 펼쳐진다. 

동산 위에는 조선 영조 28년인 1752년에 현령 홍석(洪錫)이 창건했다는 태고정(太古亭)이 자리한다. 원래는 용담면 옥거리에 있던 것을 수몰 직전에 이곳으로 옮겼다. 정자는 1911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공매 처분될 뻔한 적이 있다. 그때 수천리 송림마을의 임소환이라는 사람이 250원에 사서 용담현의 공동 소유물로 기증했고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자 앞쪽에는 충혼탑과 공덕비, 열녀비 등 비석들이 모여 서 있다. 모두 수몰된 마을에서 옮겨온 것들이다. 

태고정 뒤쪽에는 정천면 모정리 여의곡 마을 일대에 있던 청동기 시대의 지석묘(支石墓)가 모여 있다. 발굴된 것은 모두 52기, 이곳에는 4기가 이전 복원되어 있다. 나머지는 용담댐 인근 공원묘지에 자리한 생태공원에 지석묘와 함께 상석을 옮기기 위한 길, 집터, 경작지, 도랑 등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어찌하여 4기만이 이곳으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석묘들의 군집에서 어느 정도 외따로 떨어져 있던 것들이 아니었을까 추측만 한다. 

동산 마루에는 3층 규모의 팔각 정자와 망향비가 서 있다. 망향비에 새겨 놓은 시가 옛날 용담의 모습을 전해준다. ‘숲거리 징검다리를 건너 천 변 벼랑에 오르면, 육중한 도리기둥에 받혀 서 있는 태고정’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옥거리에는 노송이 있었다 하고, 떡갈나무 잎을 밟고 찾아간 서낭당 고개에는 돌무덤이 있어 영험한 천신, 지신이 영혼을 달래 주었다고도 한다. 

물가에 박공지붕 올린 집 몇 채가 보인다. 주소지가 월계리다. 천이 반달처럼 땅을 에워쌌다는 마을. 전 마을이 수몰되었으나 서북쪽 남산 기슭에 신월계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마을을 조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저곳이려나. 월계리의 할머니는 수몰 전 집을 정리하고 문풍지를 뜯어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게 훗날 용담호 주변을 둘러보는 길은 언제나 탑돌이와 같다는 생각이 듦은 왜일까요.”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대구에서 12번 88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방향으로 가다 함양 분기점에서 35번 대전통영고속도로 대전, 무주방향으로 간다. 장수분기점에서 20번 익산포항고속도로 익산, 장수 방향으로 가다 진안IC에서 내린다. 진안군청방향으로 가 795번 지방도를 타고 정천면으로 북향한다. 정천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30번 국도를 타면 용담호의 오른편, 직진하여 795번을 타면 호수의 왼편을 달려 다시 정천교차로로 돌아오게 된다. 용담댐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용담댐 물 홍보관과 홍보관 아래쪽에 있는 섬바위도 둘러볼 만하다.

 

출처 : 위클리포유(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90705.010360818390001)

류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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