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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안 주셔도 돼요”...일회용 비닐 계속 써보니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0-10-22 09:43:00
  • 조회563

기자가 5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편의점발 일회용 비닐봉투. 여러겹으로 접으면 바지 뒷주머니에도 들어가고, 수개월째 사용중인데도 여전히 캔음료 여러개도 거뜬할만큼 튼튼하다. 얇고 가볍고 질기고 단단한데 꼭 '일회용'일 필요가 있을까? (이한 기자 2020.10.07)/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5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편의점발 일회용 비닐봉투. 여러겹으로 접으면 바지 뒷주머니에도 들어가고, 수개월째 사용중인데도 여전히 캔음료 여러개도 거뜬할만큼 튼튼하다. 얇고 가볍고 질기고 단단한데 꼭 '일회용'일 필요가 있을까? (이한 기자 2020.10.07)/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직접 시도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사람이 가는 곳에는 늘 쓰레기가 함께하고, 움직이는 거의 모든 과정은 대부분 쓰레기가 뒤따른다. 무언가를 버려야 쓰레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비자가 사고,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들이 결국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디서 쓰레기를 없앨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일회용 비닐봉투’를 떠올렸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 된다. 장바구니도 플라스틱이나 화학섬유로 만들었으니 그닥 환경적인 소재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여러번 사용한다는 걸 고려하면 일회용 봉투보다야 상대적으로 나은 선택이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귀찮아서다. 요즘은 여러겹으로 접어 전용 포켓에 쏙 넣어 다니는 예쁜 장바구니를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데, 아무리 작고 얇아도 바지주머니에 푹 찔러 넣을 정도는 아니다. 한손에 장바구니를 들거나,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기자는 평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일회용 비닐봉투가 생기는 가장 일반적인 상황을 떠올려봤다. 출퇴근길이나 근무중에는 일회용 봉투가 필요없다. 가방을 들고 다녀서다. 명색이 환경경제신문 기자라고 커다란 백팩에 튼튼한 장바구니를 넣어 다닌다. 4캔 1만원 캔맥주 두 세트를 사도 넉넉히 들어갈 가방이다.

◇ 장바구니 무겁고 부피도 제법 큰데...더 좋은 가방 없을까?

문제는 아침 저녁 운동할때였다. 새벽과 저녁에 각각 40분씩 동네를 걷거나 뛰는데, 그러고 나서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음료나 먹거리를 사들고 집에 오는 경우가 많다. 가방이 없으므로 대충 손에 들고 오는데 개수가 많을때는 일회용 봉투를 함께 구입해 담아온다. 이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그때 결심했다. “일회용 봉투를 들고 다니자”

장 볼 마음으로 마트에 갈 때는 장바구니가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하지만 맨손으로 동네를 산책할때는 장바구니의 부피와 무게가 부담이 된다. 그럴때는 더 작고 가벼운 가방(?)이 필요한데, 일회용 비닐봉투가 그걸 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그날 받아 온 일회용 비닐봉투를 여러겹으로 곱게 접어 작은 크로스백에 담았다. 핸드폰 하나 집어 넣으면 꽉 찰 크기다. 운동할 때는 힙색처럼 맬 수 있다. 그로부터 5개월째, (위 사진의) 일회용 비닐봉투는 여전히 그 가방 안에 있다.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비닐봉투는 ‘일회용’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질기고 튼튼했다. 1.5리터 생수병을 서너개 담아도, 통조림 햄 같은 작지만 무거운 물건을 여러번 담아 옮겨도 끄떡 없다. 조금 전에 꺼내 보니 귀퉁이가 조금 닳아 작은 구멍이 생겼고 여러번 사용해 손잡이가 약간 늘어났지만 여전히 기능상 아무 문제가 없다. 물건을 담아오면서 생긴 물기 등으로 세균이 번식하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들긴 하는데, 그 후로는 물기도 깨끗이 닦고 말려 가방에 넣어둔다.

아이디어는 아버지에게서 얻었다. 부모님 댁에 가면 종종 일회용 비닐봉투 몇 개가 빨랫줄에 널려 있곤 했다. ‘이게 뭐냐?’고 물으면 ‘버리기 아까워서 또 쓰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봉투값을 아껴야한다’는 마음이 읽혔다.

1950~60년대를 겪은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 시절의 습관이 아직도 몸에 남았나보다. 기자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그런 건 좀 버리고, 이제 돈 걱정하지 말고 적당히 쓰면서 사시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버려지는 물건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습관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이 플라스틱이어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쓰레기를 안 버릴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덜 버리기'다. 하루 종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어렵다면, 평소 습관을 딱 하나만 제로웨이스트 스타일로 바꿔보자.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얇고 가벼운데, 질기고 튼튼하며 잘 썩지도 않는다?...."너무 좋잖아!"

우리가 흔히 비닐봉지라고 부르는 이 제품은 사람들이 종이봉투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무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대체재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얇은데도 잘 찢어지지 않고,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으면서도 물과 공기를 통과시키지 않아 편리했다. 다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지금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물론, 비닐봉투를 출퇴근용 가방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네 슈퍼에서 간단히 장을 보거나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몇 개 구입해 들고 올 때는 작은 봉투 하나면 충분하다. 얇고 가벼운데도 질기고 튼튼하며 잘 썩지도 않는 게 비닐봉투의 가장 큰 문제인데. 바꿔 말하면 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도 여러번 사용할 수 있다. 비닐봉투는 차곡차곡 접으면 바지 뒷주머니에도 들어가고, 봉투 가득 캔음료를 담아도 늘어나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일회용 비닐의 문제는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많이 버려지는데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아서 문제다.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튼튼해서다. 그러면 일회용 비닐을 많이 버리지 않으면 된다. 땅에 파묻어도 썩지 않을만큼 튼튼하니까 여러번 써도 된다.

오늘 아침에도 제과점 샐러드를 사서 비닐봉투에 담아왔다. 투명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샐러드를 사 먹었으니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제로웨이스트라는 기사의 취지와도 정반대였다. 하지만 일회용 비닐에 있어서만큼은 떳떳하다. 예전 같으면 5개월 동안 비닐봉투를 못해도 스무번은 구입했을테니까.

 

'제로웨이스트'를 보통 사람이 함부로 도전하기 어려운 대단한 미션이거나 내 일상과는 전혀 거리가 먼 '환경운동가'들만의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시도하고 실천할 수 있다. 당신도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해보자. 하루 종일 모든 소비활동에서 그걸 시도하지 않아도 좋다. 습관을 하나만 바꿔보면 된다.

다음 주 2회차에는 9개월째 사용 중인 다회용 빨대 얘기다. 일회용 비닐이 다회용이 된 것처럼, 알고 보면 세상에는 착한 플라스틱도 있다.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238)
이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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