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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새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습니까?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4-18 10:35:00
  • 조회641

1963년 개봉된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The Birds)'.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고, 애완동물로도 키우는 새가 갑자기 인간을 공격합니다. 그저 일상의, 자연의 일부였던 새가 갑자기 떼로 몰려와 공격하는 것은 공포입니다. 친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되면서 생기는 두려움입니다. 특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더욱 그렇습니다. 영화의 원작이 됐던 다프네 뒤모리에의 소설의 결말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끝까지 왜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가 인간에 의해 떼죽음을 당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이에 말입니다. 새들에게 공포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새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빌딩들의 창문과 인간의 밤을 밝히기 위한 조명, 즉 빛입니다. 자연의 새에게는 모두 낯선 것들입니다. 낯선 것이 새에게 공포를 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매년 6억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

미 CNN은 4월 8일 미국에서 해마다 6억 마리의 새가 고층빌딩 때문에 죽어 나간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전 자료를 찾아보니 최대 9억 8천8백 마리가 매년 죽는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이 두 기사의 근거가 됐던 원래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오클라호마 주립 대학의 연구팀이 2014년에 'Condor : Ornithological Applications'에 발표한 자료였습니다.

23가지의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추정해본 결과, 매년 최소 3억 6천5백만 마리에서 최대 9억 9천8백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문에 충돌해서 죽고 있다는 것입니다. CNN이 보도한 6억 마리는 이 연구의 중간값(median=599 million)이었습니다.

스콧 로스(Scott Loss) 연구원은 "4층에서 11층 높이의 건물이 새 충돌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1층에서 3층 높이의 주거용 건물은 44%를 차지하고 있고, 초고층 건물(skyscraper)에 부딪혀 죽은 새는 1% 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해 통틀어 작은 빌딩들에는 몇 마리 정도, 초고층 빌딩에는 24마리 정도 부딪혀 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1,510만 개의 비교적 낮은 층수의 건물과 1억 2,290만 개의 주택과 21,000 개의 초고층 빌딩이 있습니다.

건물 유리창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빛 공해, 죽음의 유혹으로 이끌다

또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코넬 대학의 조류학 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가 4월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지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도시의 야간 조명이 철새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스콧 로스 연구원도 철새들이 특히 "'창문의 기만'에 취약하다. 야간에 장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이 인공조명으로 방향 감각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카일 호튼(Kyle Horton) 코넬 측 연구원은 이 부분을 보다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많은 종류의 새들이 밤에 이동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수십 년간 야간 조명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새들이 조명이 켜진 건물 사이로 힘들게 날고 있으며, 방향 감각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도시들의 밤은 새들에게 악몽입니다. 일부 철새들은 밤에 강한 빛이 있는 지역을 피해갑니다. 결국, 자신들의 전통적인 이동 경로를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빛에 유혹돼 유리창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미국 도시들의 야경을 보여줍니다. 미국 전체 면적의 2.1%를 차지하는 125개의 도시가 전체야간 조명으로 내는 빛 방사의 3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대도시들은 이곳에서 사는 텃새, 지나가는 철새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도시별로 보면 시카고가 새들에게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혔습니다. 휴스턴과 댈러스가 뒤를 이었습니다. 

연구팀은 특히 주로 봄과 가을 두 계절에, 수십억 마리의 철새들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를 이동하는데, 수천 마일을 이동하다 몇몇은 빛에 이끌려, 또 유리창에 현혹돼 불과 몇 초 만에 여행이 끝나버리는 비극을 맞고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방향 감각을 잃게 되면, 몇 시간을 하염없이 날아다니다 완전히 녹초가 돼서 살기 적당하지 않은 곳에 내릴 수도 있습니다. 유리창 뒤의 화분을 착륙 지점으로 오인할 수도 있습니다.

불을 꺼주세요! 반사 창문(필름)을 늘려주세요! 

뉴욕시에서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1997년부터 안전 비행 프로젝트(Project Safe Flight)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철새들의 이동이 잦은 봄과 가을 두 계절에 뉴욕의 고층 빌딩 소유자들에게 밤에 조명을 꺼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에 3만 마리, 연간 천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유리창과 같은 인공 구조물에 부딪혀 죽고 있다고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밝혔습니다.

생태원 측은 "조류가 사람과는 달리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미국은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고, 독일은 조류가 쉽게 인식하는 유리창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일부에서 부착하는 맹금류가 그려진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는 자외선 반사기능이 없어 사실상 충돌 방지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유혈이 낭자하거나 깜짝 놀라게 하기, 끝까지 쫓아오기, 탈출 불가능한 갇힘, 대표적인 공포 영화의 문법입니다. 하지만 일상의 친숙한 것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설정만큼 무서움이 극대화되는 것도 없습니다. 인형이 갑자기 살아나 괴물로 변하거나(사탄의 인형 등), 달콤한 안락을 주는 집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더 헌팅 등)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암이 무서운 것도 원래 친숙한 내 몸의 세포가 돌연, 변이를 일으켜 나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파멸을 불러오는 새는 사실 히치콕 감독이 평생 즐겨 사용하는 모티브였습니다. 하지만 진정 파멸을 불러오는 것은 일상의, 자연의 질서를 의식 없이 흔들고 있는 '인간' 아닐까요. 자연이 보기에 인간이 하는 행동들은 모두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전에 없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 곱씹어보는 영화 새(The Birds)는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복수를 그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인간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차를 타고 도망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것이 현실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참고 자료]
1. US skyscrapers kill 600 million-yes, million-birds every year https://edition.cnn.com/2019/04/08/americas/bird-building-collisions-scli-intl-scn/index.html
2. Windows may kill up to 988 million birds a year in the United States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windows-may-kill-988-million-birds-year-united-states
3. Bird–building collisions in the United States: Estimates of annual mortality and species vulnerability https://academic.oup.com/condor/article/116/1/8/5153098 
4. Bright lights in the big cities: migratory birds’exposure to artificial light https://esajournals.onlinelibrary.wiley.com
5.‘유리벽에 쿵! 새들을 지켜주세요’국립생태원 https://birdsaver.kr
6. 히치콕, 패트릭 맥길리건 지음. 그책. 2016.


출처 : KBS NEWS(http://news.kbs.co.kr/news/view.do?ncd=4182749&ref=A)
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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