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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서식지 찾아주는 `DNA 바코드`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4-11 12:33:00
  • 조회1462

사진설명환경유전자는 도롱뇽 같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찾는 데 유용하다. 사진은 도롱뇽 알의 모습.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저 물고기들은 매일 자기네가 싼 오줌을 먹겠다. 그렇지?" 

어항을 보고 있던 아이가 묻는다. 그리고는 어항에 손을 넣고 물고기를 만져보겠다며 손을 휘젓는다. "더러워, 그러지마." "에이 뭐가 더러워. 물 깨끗하잖아." 

몇 해 전 어린이날 마트에서 무료로 받아온 금붕어는 어항을 꽉 채울 만큼 자라 이제는 물풀을 뽑을 정도로 휘저으며 헤엄친다.
어항 속 물 안에는 뭐가 있을까? 물에 있는 미네랄과 함께 생물이 배설한 유기물,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진 질소화합물 등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물 안에는 이들의 존재를 설명하는 유전 물질도 함께 존재한다. 환경 매체(물, 흙, 공기) 내에 존재하는 유전 물질은 최근 많은 연구자들에게 관심받는 주제다. 연구자들에겐 `환경 유전자(environmental DNA·eDNA)`라고 불린다. 배설물을 이용한 유전정보 분석으로 해당 생물의 섭식에 대한 결과(먹이원)를 알 수 있다면, 매체에 포함된 적은 양의 환경 유전자는 특정 종의 서식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환경 유전자는 토양, 해수, 공기와 같은 매체 내에서 생물이 거쳐 가며 남긴 흔적을 말한다. 매체에 존재하는 작은 유전자를 추출하면 이를 증폭시켜 생물 종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DNA 바코딩 기법`이라고 부른다. 메타바코딩 기법(메타지놈)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환경 시료 내 DNA를 분석하여 얻은 빅데이터 정보로 생물 종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DNA바코드는 이미 여러 생물 연구에 이용됐다. 환경 내 박테리아나 작은 생물(플랑크톤 등)의 군집을 조사하는 데 사용될 뿐 아니라 비행기에 부딪혀 죽는 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비행 경로를 수정하기도 한다. 배설물의 DNA를 이용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찾아낸 것도 모두 DNA바코드를 이용한 결과다. 가장 일반적인 DNA바코딩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시토크롬산화효소Ⅰ(CO1)` 유전자 영역을 이용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약 1%의 DNA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모계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에 세대가 거듭되어도 종 내 보존력이 높다. 따라서 생물 종마다 다른 미토콘드리아의 CO1 유전자를 DNA바코드의 표지로 사용할 수 있다. 

환경 유전자는 무엇보다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의 환경 매체를 이용한 분석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로 여겨진다. 지난 3월 일본 고베대의 이타쿠라 히카루 교수는 뱀장어의 서식과 관련된 조사에 환경 유전자의 높은 유용성을 확인해 그 결과를 학술지 `수생보호저널`에 발표했다. 뱀장어는 조사가 상당히 까다로운 생물로 꼽힌다. 야행성인 데다가 돌 틈이나 펄 속에 숨어 생활한다. 기존 어류학자들은 뱀장어의 개체 수 파악을 위해 전류를 흘려 개체를 잡는 방법(전기포획법)에 의존했다. 이타쿠라 교수는 10개의 강 하구에서 전기포획법과 환경 유전자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넓은 수역에서 뱀장어의 서식지를 파악함과 동시에, 포획 개체 수가 많은 곳에서 환경 시료 내 뱀장어 유전자의 농도가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환경 유전자를 이용한 조사 기법이 생물의 풍부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뱀장어는 아시아에 널리 분포하고 있음에도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 유전자는 멸종위기종의 모니터링 방법으로 더할 나위 없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경 DNA를 이용한 생물 모니터링 연구는 시료의 채집이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크게 환영받는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지하수가 존재하는 대수층 내에서 멸종 위기에 있는 도롱뇽 조사에 이 방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리고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해저 2000m 이상의 깊은 바닷속에서 환경 유전자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 다양성을 조사해 심해 생태계 분석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이 연구는 환경 유전자라고 하는 환경 매체 내 유전물질을 이용한 생태계 모니터링 방법이 육상이나 하천, 얕은 바다에서 수행돼 왔고 그 가능성의 한계를 언급했던 기존의 연구를 반박하고 더 큰 환경 유전자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결과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에 환경 유전자가 이용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경상대 해양생명과학과 연구팀은 독도 주변에서 채수한 바닷물 속의 유전 정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환경 유전자 분석은 지금까지 직접 물속에 들어가 확인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은 뒤 동정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했던 어류의 종조성 조사의 채집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생물의 존재도 알게 해 줬다. 환경 유전자 결과는 잠수 조사로 확인됐던 종 수에 비해 3배 이상의 DNA가 추가로 조사되기도 해다. 특히 잠수 조사로 확인이 어려운 작은 종들이나 깊은 수심대에 서식하는 종을 포함하고 있기도 했다. 

환경 DNA는 위험한 생물이나 외래종의 존재 파악에도 기여한다. 지난해 미국 대학 연합 연구팀은 메타지놈 기법을 기초로 한 환경 유전자 분석 기법을 개발해 캘리포니아 해변 주변 백상어의 존재 유무를 파악하는 방법을 해양과학 프런티어 저널에 소개했다. 휴양지에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백상어의 존재를 1ℓ의 채수만으로 확인한 것이다. 

환경 유전자 연구의 시료는 물과 흙 등에 제한되지 않았다. 빙하 코어나 극지방의 영구동토층에서 조사된 환경 유전자 분석 결과는 과거를 들여다 보는 열쇠다. 덴마크 자연사박물관의 에스케 빌레르슬레우 박사 연구팀은 극지방의 얼음 코어와 영구동토층에서의 환경 DNA 분석 연구 결과로 과거의 생명과 미래에 대한 과학적 견해를 국제 저명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영구동토층에서 식물의 환경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팀은 지금까지 코어에 남아 있는 화분을 분석한 결과와는 상반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했다. 약 2만년 전 건조하고 추웠던 마지막 빙하기 기간이 생물 다양성이 좁아지는 시기였고, 새로운 분류군이 지배적이었던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홀로세 시기의 생물 현상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식생의 전략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의 역사를 보여주며 생태계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시사한다고 저자는 언급했다. 


그러나 이 연구법에 대해서 여러 문제점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화된 시료의 채취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데다가 환경 유전자 연구가 추진될 수 있는 원동력인 DNA 시퀀싱(DNA의 염기서열을 알아내는 기술)의 빠른 발달이 그것이다. DNA 시퀀싱 시스템의 발달은 과거의 실험을 재현하는 것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호주 커틴대와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연구진은 이를 위해 환경 유전자 바이오뱅킹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양한 표본을 장기 보존함으로서 과거와 현재의 샘플을 결합하여 미래의 현대 기술로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기 위한 방법이자 환경 유전자를 이용한 장기 생태계 모니터링을 기대하기 위함이다. DNA는 생체 내에서 원래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지 않았고, 과학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다음엔 어떤 생명의 흔적을 찾아 얼마나 새로운 해석을 해 낼지 궁금해진다. 

 

출처 :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4/222028/)

원은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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