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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구원투수 고래 1마리의 가치는?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10-10 11:06:00
  • 조회1467

지구온난화가 걱정을 넘어 공포로 바뀌는 양상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최근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평균 지구 온도가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도 1.1도 높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 5년(2011〜2015)보다 20%나 상승했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어려울 정도다.
   
   2000년 전후만 해도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기술(CCS)’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고개를 젓고 있다. 비용이 너무 들 뿐 아니라 포집하고 저장해야 할 이산화탄소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산화탄소 포집의 구원투수로 ‘고래’를 지목했다. 고래의 수를 늘리자는 전략이다. 그 이유가 뭘까.
   
   
   고래 몸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
   
   최근 IMF의 경제 전문가들은 고래가 인류에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가 1마리당 200만달러(약 24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고래의 이산화탄소 포획 능력과 배설물이 가져다주는 혜택 등을 감안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고래는 이산화탄소 포획과 저장의 일등공신이다.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거대한 몸집 안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수t씩 저장한다. 그 때문에 고래가 자연사할 경우 몸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되고, 몸에 저장된 탄소도 고스란히 가라앉게 된다. 고래의 사체가 심해 깊은 곳까지 가라앉는다면 탄소는 수백 년 이상 바다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격리된다.
   
   2010년 메인대학 앤드루 퍼싱(And-rew Pershing) 박사는 수염고래류 중 대왕고래와 밍크고래 그리고 혹등고래 등 8종의 고래가 죽은 뒤 해저로 가라앉을 때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을 추산했다. 그 결과 매년 3만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심해에 갇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래잡이로 고래를 죽이게 되면 대량의 탄소가 고래 몸 바깥으로 나온다. 퍼싱 박사는 지난 100년간 이뤄진 고래잡이의 고래를 대상으로 탄소배출량도 계산했는데, 어림잡아 1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었다고 한다. 이는 온대림 13만㎡가 불에 탔거나 또는 군용 지프 험비 12만8000대가 100년 동안 쉬지 않고 주행했을 때와 맞먹는 탄소량이다.
   
   고래가 배출하는 배설물도 이산화탄소를 포획하는 방법 중 하나다. 고래 배설물은 질소와 인, 그리고 철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철은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다. 영양분이 아무리 충분할지라도 철이 부족해 플랑크톤이 많이 자라지 못하면 바다는 ‘사막’으로 변한다.
   
   플랑크톤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획한다.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몸에 가둔 식물성 플랑크톤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이들은 다시 어류 등 바다생물의 먹이가 되면서 플랑크톤 속 이산화탄소는 자연스럽게 바다생물로 옮겨가게 된다. 바다생물들 몸이 이산화탄소 저장고가 되는 셈이다. 물론 일부 이산화탄소가 호흡을 통해 다시 방출되지만, 이산화탄소를 저장한 플랑크톤을 비롯한 바다생물이 죽으면 수백 년간 사체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바다 깊이 잠긴다.
   
   고래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엄청나게 증식시킨다. 호주의 해양생물학자 스티븐 니콜(Stephen Nicol)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남극해의 향유고래 1만2000마리가 배변활동으로 증식시킨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으면서 바다 밑바닥에 격리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매년 20만t이나 된다. 플랑크톤이 단순히 바다의 1차 생산자에 머물지 않고 지구 기후를 안정화시키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 10개 바다 가운데 8개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격감하고 있다. 특히 고래가 대량으로 잡힌 곳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래 배설물로 증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IMF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전 세계 바다에 살고 있는 약 130만마리의 고래들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1% 증식시킨다고 추산한다.
   
   이런 가정 아래 IMF 학자들은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하고, 또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고래가 죽었을 때의 탄소배출량이 1마리당 평균 33t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현재 거래되는 탄소배출량의 시장가격을 적용해 고래가 포획하는 탄소의 금전적 가치를 합계한 다음, 생태관광(Ecotourism) 등을 통해 고래가 가져오는 기타 경제적 효과를 추가했다. 이 모든 것을 합친 결과 고래 1마리의 경제적 가치가 약 200만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이를 전 세계 고래 개체수로 다시 계산하면 1조달러(약 1200조원)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개체수 회복되면 연간 17억t 탄소 포획
   
   IMF 경제 전문가들은 왜 고래가 주는 혜택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까. 고래 보호가 단지 자연을 지키려는 자선사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라는 게 IMF 산하 능력개발연구소 부소장인 랠프 채미 박사의 설명이다.
   
   과거 고래가 많았던 시절 바다는 새와 물고기로 들끓었다. 하지만 이제 고래가 격감하면서 생태계가 눈에 띄게 빈약해졌다. 만약 고래의 개체수를 상업적 고래잡이 이전인 400만~500만마리까지로 회복한다면 이산화탄소의 포획량은 얼마나 될까. IMF는 연간 17억t 정도가 포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브라질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다.
   
   문제는 고래잡이가 시작되기 이전의 개체수로 늘리는 데는 족히 수십 년은 걸린다는 것. 현재의 고래 수(130만마리)보다 두 배로 늘리는 데만도 3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IMF의 계산이다. 수십 년이 걸려서라도 고래의 수가 회복되면 그마나 다행이지만 바다가 심히 오염된 지금은 그조차도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고래의 수만 늘리고 보호한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매년 400억t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이에 비하면 400만~500만마리의 고래가 포획할 수 있는 17억t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하지만 IMF가 계산한 고래의 경제적 가치 접근은 다른 해양생물이나 아프리카코끼리와 같은 육지의 대형동물에게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프리카코끼리 또한 그들의 보금자리인 열대우림에 수십억t의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래와 육지의 대형동물들이 ‘이산화탄소 포획의 한 축’을 이룰 날을 기대해 보자.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77100017&ctcd=C08)

김형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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