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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돌아가 생태계 교란…독이 된 플라스틱 물티슈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9-17 13:21:00
  • 조회1330

안녕? 나는 붉은바다거북이야. 원래 내가 살던 곳은 대형 수족관이었어. 그런데 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어서 사람들이 내 자손들을 위해 제주도에 풀어 준 거야. 처음엔 좋았어. 여기저기 부딪칠 걱정 할 것 없이 자유로웠거든. 하지만 때 되면 나오는 음식에 익숙해져 버린 난 먹어선 안 될 것들을 먹어버렸어. 세 살이었던 내 키는 42cm밖에 안 되는데 내 배에서는 쓰레기가 225조각이나 나왔다니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짐작이 가지? 11일 동안 나는 쓰레기들로 배를 채우다 결국 작년 9월 죽고 말았어. 왜 바보같이 그런 것들을 주워 먹었냐고 탓하지는 마. 이가 없는 우리는 쓰레기를 해파리로 오해하고 그걸 통째로 삼켰거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 바다에 남아 살아가는 내 친구들 때문이야. 내 마지막 부탁은 깨끗한 바다야. 그래야 너희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어. 잊지 말아줘!”

생명다양성재단과 영국 캠브리지대학 동물학과가 공동조사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동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바닷속 플라스틱은 해마다 5000마리의 바닷새와 500마리의 해양 포유류를 죽게 한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고 먹다 결국 죽어간 붉은바다거북이처럼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마다 수많은 해양 동물들을 병들고 죽게 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최근 2년간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 38마리를 부검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20마리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됐다.  바다로 가는 플라스틱 범벅 물티슈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가 의뢰해 목포대가 시행한 천일염 내 미세플라스틱 성분 분석 결과, 시판 중인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류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프랑스산 천일염에서는 100g당 24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국내산은 최고 28개, 중국산 천일염에서는 17개가 나왔다.  또 지난해 9월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영국‧쿠바‧인도 등 세계 14개국에서 수집한 수돗물 샘플 159개를 분석한 결과 80%가 넘는 128개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플라스틱의 정식이름은  ‘폴리에틸렌’ 또는  ‘폴리프로필렌’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화장품 등의 목적으로 작은 크기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등이 풍화되며 작게 부서져 생성되기도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름 그대로 5㎜ 이하의 작은 크기여서 하수 정화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천이나 바다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된다.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올 위험이 있다. 게다가 다른 유해물질을 흡착하는 성질 때문에 최근 세계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물티슈 또한 폴리에스테르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티슈가 플라스틱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대부분은 물티슈를 종이나 휴지와 같은 천연 펄프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티슈 제품에는 십중팔구 폴리에스테르, 즉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지난 1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박사팀과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 이정수 박사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플라스틱이 생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열대어 배아를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초미세플라스틱이 제브라피쉬 배아에서 크기에 따라 난막을 통과해 배아 체내에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배아 기관 중 영양을 공급하는 난황에 대부분이 축적됐다. 이외에도 형광분석을 통해 신경이나 각종 기관에 퍼지는 것을 관찰했다. 초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와 분포, 그리고 잠재적으로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새로이 보여준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홍상희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육상에서 사용하고 난 쓰레기의 최종 도착지는 결국 해양이다”라며 “사용은 육상에서 하지만 피해는 바다에서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바다로 배출된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플라스틱은 큰 쓰레기로 온다고 해도 바다 환경의 풍화와 자외선 등의 영향으로 작게 쪼개지게 되는데, 작아지게 되면 회수가 불가능하다”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전체 유입을 줄여야 한다. 사용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덜 쓰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전했다.

하수관의 지독한 트러블메이커, 물티슈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 퇴출계획을 발표한 영국 정부는 물티슈를 환경오염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영국 주요 상하수도 조합인 ‘Water-UK’에 따르면 영국 하수구가 막히는 원인 가운데 93%는 ‘팻버그’ 문제와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한 물티슈가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팻버그란 하수도에 그냥 버린 기름과 변기에 버린 녹지 않는 물티슈가 엉겨 붙은 오물 덩어리를 칭하는 말이다. 지난 1월 영국 남부 시드머스의 한 하수관에서는 64m 크기의 오물 덩어리 ‘팻버그’가 발견됐다. 이는 물티슈가 환경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분해되지 않는 물티슈의 문제는 영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물티슈 원단에 포함된 플라스틱과 방부제 등이 하수 및 분뇨처리시설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으로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는 화장실 내에 휴지통을 비치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국제 행사인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화장실 휴지통 때문에 생기는 악취나 해충을 막고 화장실을 청결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취지가 무색하게 화장실 변기에는 물티슈를 비롯한 여성용품 등 온갖 것들이 버려져 처리장에 유입되면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물티슈로 인한 하수관로 막힘 현상ⓒ광주환경공단 광주환경공단 유창수 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물티슈는 공용 화장실에서도 많이 쓰이게 되는데 그로 인해 변기가 막히고 하수관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일반적인 처리법으로 가장 먼저 하수 중에 포함된 부유물질을 스크린이나 침사지에 의한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차장은 이 스크린 과정과 관련해 하수처리장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데 1억5000만원에서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그중 절반은 물티슈가 원인일 정도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광주 지역 위생처리장의 경우 하루에 1000㎘가량의 분뇨가 들어오게 되는데 그 중 협잡물(이물질)의 70~80%가 기저귀와 물티슈, 생리대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하수처리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물티슈는 휴지통에 버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7월 30일 유튜브 채널 ‘충주시’에는 ‘극한 공무원 1탄, 국내 최초 하수처리장 먹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는 하수처리장에서 일하는 공무원 조은영씨의 일과가 공개됐다. 조씨는 “하수처리장에서 시설물 관리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하수 찌꺼기를 걸러주는 침사지, 생물 반응조 등을 돌며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하수과 직원에게 있어서 물티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면 그게 흘러가서 하수조 펌프에 낀다”라며 “계속 끼면 펌프가 쉽게 고장 나 고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물티슈가 펌프에 끼면 직접 손으로 빼야 한다”라며 “물티슈처럼 잘 안 찢어지는 것들은 직접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하수과 직원분들 열심히 일하는데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라며 “변기에 무언가를 버릴 땐 생각 한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물티슈는 이처럼 환경 문제를 유발할 뿐만아니라 하수 처리장에서도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티슈가 하수관에서 막히게 되면 펌프의 고장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게 된다. 물에 녹는다며 광고하는 비데용 물티슈 또한 여러 장을 한꺼번에 버리면 막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게다가 현재 모든 하수처리 후 발생하는 찌꺼기의 처리도 문제다. 이같은 찌꺼기 대부분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매립지에 묻고 있다. 매립할 장소는 한계가 있는데 물티슈의 사용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분해되는 데 500년…시민의식 개선 절실 매립하게 된다 해도 결국 돌고 돌아 해양쓰레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물티슈의 경우는 변기에 버리는 경우가 많아 올바른 분리배출이 되지 않으면 바다에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바다 쓰레기의 주요 원인이 물티슈로 지목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법안 규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개념부터 정립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티슈가 폐기물 부담금 제도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유가 섬유는 제외한다는 규정 때문인데 외국에서는 물티슈를 플라스틱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무조건 못쓰게 하기보다는 시민의식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물티슈에 포함된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풍화 과정 등을 거쳐 쪼개질 뿐이다. 입자가 아주 작아지면 차라리 괜찮지 않겠나 싶지만 오히려 초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최근 이슈인 초미세 먼지처럼 입자가 작아지면 오히려 인체에 침투하기엔 더 용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플라스틱의 주변 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에 따라 유해성분도 생물체에 함께 딸려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물티슈가 분해되는 데는 무려 500년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물티슈 쓰레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가 물티슈를 한 번에 몇 장씩 마구 뽑아 사용하는 시간은 고작 몇 분이지만 이런 무심한 행동이 불러오는 환경문제는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919)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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