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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섬 선유도] 신선도 반한 풍경의 쾌락!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0-09-14 09:46:00
  • 조회861
빗소리는 하루 이틀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텐트에 떨어지는 간질간질한 산비 소리를 좋아하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나라가 슬픔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여행을 권할 만한 시기는 아니었으나 출장을 미룰 순 없었다. 예정된 인천의 섬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섬, 비가 오지 않는 섬을 찾아 하염없이 달렸다.
충남 땅 지나 전북 군산으로 접어들자 마른 땅이 나타났다. 30℃가 훌쩍 넘는 무더위, 모처럼 만난 여름이었다. 군산 시내를 지나 옛 군산으로 향했다. 10년 전의 황홀한 미모가 떠올랐다. 노을이 견딜 수 없이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던 섬은, 방조제와 다리가 놓여 차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선유도의 본래 이름은 ‘군산도群山島’였다. 바다 한가운데 산들이 무리지어 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를 ‘바다에 떠있는 산의 무리’라 하여 군산이라 불렀다. 그러나 해안가에 도시가 생기면서 무리지어 떠 있던 ‘산의 무리’는 ‘옛 군산古群山’이 되었다. 고군산군도에서 선유도는 세 번째로 큰 섬이지만, 발달한 항구와 아름다움으로 인해 ‘바다에 뜬 산’을 대표하는 산으로 꼽혀 왔다.
바둑 두는 신선을 보고서야 선유도에 온 것이 실감났다. 결이 고운 모래해변 곁에 솟은 두 개의 바위 봉우리가 마치 바둑 두는 신선 같다 하여, 선유도仙遊島이다. 사실 신선을 따온 지명  중엔 억지스런 곳도 있지만, 선유도는 실제로 신선이 반했을 법한 풍경이 널려 있다.
신작로가 놓인 섬이 안타까웠으나, 차로 입도하는 편리함을 누리고선 낯설음도 아쉬움도 잊혀진다. 더 편한 것만 찾는 마음의 간사함에 놀랄 사이도 없이 산길로 들어선다. BAC 인증지점인 선유봉(112m)을 오른다.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손창건씨와 청주에서 온 최희원씨가 동행했다.
이건 반칙이다. 몇 발짝 오르지 않았는데, 아직 몸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달콤새콤한 풍경이 널렸다. 6분 동안 250m 걸었을 뿐인데, 고군산군도는 모든 풍경을 내어주며 와락 안겨왔다. 마침 하늘은 파란 바탕에 일필휘지로 구름을 써내려가고 있다. 산행 시작 10분이 되지 않았는데, 해발 1,000m 산 정상에서 느낄 법한 풍경의 쾌락. 정직한 발품이 주는 산행의 감동을 믿는 산꾼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받을 만한, 지나치게 과한 진수성찬에 몸 둘 바 몰라 산행의 리듬이 깨어진다. 산행의 틀을 깨는 섬산의 신선함이다.
도시의 때에 찌든 몸을 선유봉 급경사에 몰아넣는다. 아직 풀리지 않은 몸은 급격히 심장 박동을 높이며 몸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밀어낸다. 산길을 이룬 바위는 노란 것을 넘어 분홍에 가깝다. 너무 빠르게 닿은 주능선, 일탈을 감행한다. 정상 방향의 산길을 버리고 반대 방향으로 오른다.
기대를 충족시키고 남는 멋들어진 분홍빛 칼바위 능선이 바다를 겨누고 있다. 아슬아슬 절벽 사이로 편한 흙길과 조심스런 바윗길이 섞여 있어, 느리고 신중히 칼끝 전망터에 올라선다.
밀려오는 파도와 복잡한 산세를 이룬 무녀도가 선물처럼 펼쳐진다. ‘왜 이제 왔냐’며 마음까지 시원하게 바꿔놓는 바람. 가만히 서서 오래도록 바람의 말을 느낀다. 코로나19도, 하늘이 구멍 난 듯 퍼붓는 빗방울도 다 지나 갈 거라고 속삭인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정상으로 단번에 올려친다. 오르막이 길지 않음을 알아서인지 가팔라도 힘들지 않다. 소나무에 걸린 아담한 ‘선유봉’ 표지판이 반갑다. 정상다운 경치가 있으나, 극적인 경치의 진미는 칼바위능선이 한 수 위다. 편히 숨 돌리기 좋은 정상의 너른 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
출처 : 조선뉴스프레스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1891.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san#)
주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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