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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생태관광 생태마을, 자연 보전으로 선회해 활로를 찾은 마을들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21-09-07 11:18:00
  • 조회193
"이 그릇 내가 맹글었어요."

들릴락 말락 한 나지막한 소리가 내 귀를 잡아당긴다. 할머니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도자기 뒤에 서 계신다. 가까이 다가가 할머니 앞에 놓인 도자기들을 보니 모양은 투박하지만 결은 섬세하고 아무렇게나 생겼지만 색이 참 곱다.
  

▲ 운곡습지 주변 마을이 여는 오배이장터 호암마을 할머니들이 투박한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한다. ⓒ 최수경

 
호암마을 할머니들은 증손자 목욕시키듯 애지중지 주물러 만든 도자기를 갖고 나왔다. 내가 볼 때 조선 이삼평(일본의 도자기 아리타도기의 도조로 추앙받는 한국 출신 도공)의 아리타 도자기에 비길 바가 아니다. 그런데 뭐가 부끄러우신지 당신들의 작품에 겸손하시다.
  

▲ 호암마을에서 사온 생활도자기 접시 하나에 3천 원. 할머니는 그것도 비싸다고 더 깎아주셨다. ⓒ 최수경

 
환경교육을 전공한지라 국가 생태관광지 컨설팅과 주민 교육을 하러 전국 곳곳을 다닌다. 생태관광지는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환경부가 지정하고 지자체와 지역협의체가 운영한다.
 

▲ 전남 신안군 영산도 국가 생태관광지로 명품마을이다. ⓒ 최수경

 
이 제도는 관광 수용력을 초과하는 일부 왜곡된 관광 산업으로부터 자연환경 훼손을 줄이고자 생겼다. 보호지역은 규제지역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보전의 가치를 통해 지역 활성화와 경제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국가 인증을 받은 생태관광지역이니 관광객들에게 품질을 보장할 수도 있다.
 

▲ 제주 동백동산 내 곶자왈 대표적인 국가생태관광지이자 생태관광 성공 모델 지역이다. ⓒ 최수경

  

▲ 울진 왕피천 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이자 생태관광지역이다. ⓒ 최수경

 
2021년 기준 전국에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 지역이 31곳 있는데 대부분 이런 곳들은 생물 자원과 경관 자원이 있는 보전지역 중심이다. 이러한 지역에 출장을 가면 일터가 곧 쉼터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을 만큼 나는 복이 많다.
  

▲ 고창군 운곡습지 오베이장터 오베이는 운곡습지 인근 6개 마을을 칭하는 사투리다. ⓒ 최수경

 
전북 고창군 고인돌박물관에서 운곡습지로 가는 길목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베이장터가 열린다. 오베이는 운곡습지 인근 6개 마을을 칭하는 사투리다. 마을마다 농사 지은 재료로 만든 먹을거리와 수공예품을 내놓는데 물건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 오베이장터는 작은 장터, 정의로운 장터, 그리고 따뜻한 장터, 즐거운 장터다. 앞서 말한 도자기는 호암마을 할머니들이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호암마을은 과거 한센인들과 그들을 돌보던 수녀님들이 살던 역사가 있는 곳이다. 
  

▲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운곡습지를 포함한 고창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운곡습지 주변 6개 마을은 생태관광지 모델 마을이 되었다. ⓒ 최수경

 
운곡습지는 과거 150가구가 살던 지역에 영광원전의 냉각수를 공급하는 댐이 생기면서 마을과 논이 수몰된 곳으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동안 원시 밀림과 같은 비경의 습지가 되었다. 이곳의 다랑논 저층 습지는 생태계가 회복되어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되었다.

이에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람사르습지에 등록됐으며 운곡습지를 포함한 고창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아울러 운곡습지 주변 6개 마을은 생태관광지 모델 마을이 되었다.
  

▲ 정읍 월영습지 자연환경해설사가 월영습지를 안내하고 있다. ⓒ 최수경

   
전북 정읍시의 월영습지도 비슷한 사례다. 배고프던 시절 쌀이 나는 곳으로 자식을 시집보내면 혼인 잘 시키는 것이었다. 산중 마을은 흔히 감자·옥수수나 먹고 살까 하지만 이곳은 산중 골짝인데도 황금 들녘 부럽지 않은 논이 있었다. 산 정상부터 골짜기를 타고 형성된 분지형 저층 습지가 다랑논으로 이용되어 산 깊은 곳까지 쌀농사로 풍요로운 집들이 들어앉았다.
 

▲ 월영습지 내에 농경을 하던 농기구가 그대로 있다. 전통적 자연 및 문화경관을 보전하는 것이 생태관광의 원칙이다. ⓒ 최수경

 
세월이 흘러 마을도 사람도 늙어 방치된 폐 논은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되었다. 이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정읍사 옛길의 솔티숲과 함께 환경부 지정 국가생태관광지가 된 것이다. 솔티숲 소나무 옛길을 맨발로 걷다 보면 한참 복원 중인 월영습지가 은둔의 커튼을 걷고 눈 앞에 펼쳐진다. 이쯤 되면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 족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연상하곤 한다.
  

▲ 큰월영습지 가는 길 복원중인 월영습지는 옛 사람들이 지나던 길답게 아름드리 나무가 숲길을 이룬다. ⓒ 최수경

 

출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764616&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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